유기령 2017. 9. 23. 02:40

원문


 휴학하고 있지만 학교는 간다.

 그리고 인간이므로 밥을 먹는다.

 고로 나는 학교 식당에서 야키사바(고등어구이) 정식을 먹는다.

 13시를 넘긴 시간대의 학교 식당은 한적해서 좋다.

 평화로운 일상을 야키소바와 야키사바를 헷갈리는 일 없이, 나는 느긋하게 식후 티 타임을 즐긴다.


 "누굴~까♡"

 갑자기 눈 앞이 어두워진다.

 아무래도 누군가 등 뒤에서 손으로 눈을 가린 모양이다.

 평범한 녀석이었다면 "이 녀석이♡"라고 장난스럽게 맞받았을 터.

 허나 나는 휴학생이다.

 친하던 친구라고는 이미 다 졸업했고, 하물며 눈을 가려 줄 여자친구는 없다.

 요컨대, 지금 누군지 모를 사람이 '누굴까' 라고 물으며 느긋하게 밥을 먹고 있는 내 시야의 자유를 빼앗은 것이다.

 뭐, 일단 상황이 상황인 만큼 무슨 대답이건 해야겠지.

 "으응? 누구일까?"
 나는 가능한 한 다정한 목소리로 되묻는다.

 "비·밀·이·야♡"

 여자 목소리다. 그것도 젊은.

 자기가 물어봐놓고선 비밀이라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진짜 누군지 모르겠다.

 "으응?♡ 아직 모르겠어─?"

 내가 아무 말 않고 있으니 그 여자가 말끝을 올리며 자신의 가슴을 내 등에 밀어붙인다.

 크다.

 아, 이런. 내가 특별히 거유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인물을 특정하기 위한 정보 중 하나일 뿐이지, 절대 동요하고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손에 들고 있는 차를 엎지르지 않도록 하며 내가 아는 젊고 거유인 여자 사람이 있는지 머릿속으로 검색해본다.

 있을 리가 없다.


 "야, 이제 작작 눈치채라."

 시야가 밝아진 순간 등에 극심한 통증이 따른다.

 나는 그만 우그으! 하고 기침한다.

 손바닥으로 등을 신나게 얻어맞은 것 같다.

 비로소 누구냐는 말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설마 싶은 인물이 한 명 머릿속에 떠오른다.

 군죠 스즈(群城すず).

 뒤돌아보니 그 녀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