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뢰브너 기저와 거유 제4화
『1+1=0』
일 더하기 일은 이.
초등학교 때 있던 일일 거다.
"땡! 일 더하기 일은 창문이야! 이 바보야─!"
"슷즛쯧, 그것도 모른대요!"
의자에 앉은 군죠 스즈가 그녀를 놀리는 남자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가만히 시선을 떨구고 있다.
그 시절 군죠는 지금 와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 얌전한 아이였다.
".......1 더하기 1은.........2라구."
여느 점심 시간.
스즈가 시끄러운 교실에서 가냘픈 목소리로 중얼댔다.
"얘 뭐라고 말하고 있어!"
"뭐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하나도 안 들리는데?"
그때 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멋진 수학자들》을 읽고 있었다. 1
스즈랑 집이 가깝긴 하지만 도와줄 이유는 없다.
분명 '와아─! 얘네들 사귄대요!' 하고 바보 취급할 테니.
"야 얘 필통 봐!"
"겁나 이상해!"
"때려부수자!"
나하고는 상관없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건만, 어느새 스즈 자리 앞까지 가 있었다.
"일 더하기 일은─"
내가 그 때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어이, 이해됐어?"
군죠의 말소리에 퍼뜩 깬다.
어느덧 옛 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아까 하던 이야기...... 분명 1 더하기 1이 0이라는 거였지.
"이해했어. 1+1=0이라 그거지?"
"그럼 그 이유는?"
뭔가 심문당하는 느낌인데.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답을 한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선 0과 1밖에 없잖아. 0+0은 당연히 0이고 0+1은 1. 그리고 1+0은 0이니 1+1이 몇이냐만 남아."
"흠. 그래서?"
"물론 0과 1밖에 없으니까 1+1은 0이나 1이겠지."
1+1=0
1+1=1
나는 종이에 식 두 개를 쓴다.
"문제는 어느 쪽이 그럴듯하느냐야."
"그럴듯하다라."
"1+1=1일 때를 생각해보자고."
1+1=1
"따라서 양변에 1을 빼면,"
1=0
"이건 이상해. 1과 0은 다른 수니까. 거짓과 진실이 같다는 뜻이 되고 말아."
"뭐 세상엔 그런 모호한 것도 많지."
"......이상한 소리 말고."
군죠는 내가 말하고 있는 게 아니꼬운지 내 설명을 못마땅하게 듣고 있다.
그런 군죠를 신경쓰지 않는 척 설명을 계속한다.
"반면 1+1=0은 모순을 일으키지 않지."
1+1=0
"양변에서 1을 빼면,"
1=-1
"...인데, 아까랑 달리 -1과 0은 달라. 0과 1만 있는 세계에선 1+1=0이여도 모순은 일어나지 않아."
"흥. 커트라인은 간신히 넘겼군."
군죠가 코웃음치며 내 답을 평한다.
"네 설명을 엄밀한 용어로 바꾸면, 1+1=0이면 {0,1}이 덧셈에 대한 군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지."
"뭐야, 군 써도 되는 거였어?"
"내가 언제 못 쓰게 했어?"
거짓말쟁이 문제는 초등적인 문제니까 쉬운 설명을 요구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군죠는 입을 다문 내게 한 방 더 먹였다.
"그나저나 너 대수학 수업 때 유한체 F_2 봤을 테니까 'characteristic 2라서' 한 마디면 끝났을 거 아냐."
맙소사.
기껏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난 뭐가 되는 건가.
뭐 창피하긴 한데, 덕분에 도무지 쳐다볼 수가 없었던 거유도 눈에 익숙해져서 다시 냉철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이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자고."
군죠는 종이에 적힌 y=x+1을 가리킨다.
"이건 방금 전의 논의에 따라 x에 0을 넣으면 1을 내놓고, 1을 넣으면 1+1 즉 0을 내놓는 함수야."
"아아, 그렇군."
"이건 A가 한 말에 해당하지. 즉, y=x+1은,"
A. "B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와 같은 의미를 가지지."
"잠시만, A가 x에, B가 y에 대응된다고 했었지?"
"5분도 안 지났는데 벌써 까먹냐. 이 동정 자식아."
"동정이라 죄송하네요."
"헛소리 집어치고 빨리 쓰기나 해."
A. "B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 y=x+1
"우변을 조금 변형하면,"
x-y+1=0
"...이 되니까,"
A. "B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 x-y+1=0
"...가 성립하지."
군죠는 말이 빨라서 쓰는 속도가 도저히 따라가질 못한다.
하지만 이 속도도 조금은 익숙해지고 있다.
"이거 x와 y에 대한 다항식이지?"
"호오, 많이 이해했나 보네. 이제 그러면 B와 C가 한 말도 다항식화해봐."
군죠는 스스로 설명하는 게 귀찮아져서 내게 죄다 떠넘기려는 모양이다.
어이구 감사합니다 여왕님.
하지만 그렇게 되받아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거짓말쟁이 문제를 다시 본다.
***
문제. 이 중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A. "B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B. "C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
C. "A와 B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
지금까지 A가 한 말을 다항식으로 표현했다.
다음은 B가 한 말 차례다.
B는 C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건 A가 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와는 정반대 케이스다.
B가 한 말이 참, 즉 y=0일 때 C가 한 말도 참이다. 즉 z=0이 된다.
역으로 B가 한 말이 거짓, 즉 y=1일 때 C가 한 말도 거짓이다. 즉 z=1이 된다.
이건 쉽게 다항식화 할 수 있다.
y=z
'다항식=0'꼴로 쓰면,
y-z=0
이 된다. 고로,
B. "C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 ⇄ y-z=0
좋아. 잘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C를 보자.
C. "A와 B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니까, C가 한 말이 참인 경우, 그러니까 z=0일 때 A나 B 둘 중 하나가 참말이 되니까 x=0 또는 y=0이 된다.
그리고 C가 한 말이 거짓일 경우, A와 B 둘 다 거짓말이 되니까 x=1 그리고 y=1이 된다.
약간 까다롭게 생겼다.
으음. 이걸 어떻게 다항식화를 해야 좋을까.
무심결에 옆을 보니 군죠가 그새 10개도 넘는 컵을 테이블에 늘어놓고 있었다.
매번 컵에 물을 떠오는 것도 성가셔서 아예 한꺼번에 가져온 모양이다.
잠깐, 직접 가지러 갈 수 있었으면 아까는 왜 나한테 시킨 거야!?
"아직도 못 했어?"
양손에 컵을 들고 차를 꿀꺽꿀꺽 마시고 있던 군죠가 나에게 빨리 하라며 재촉한다.
"잠깐만 있으면 돼."
"잠깐이 얼만데."
군죠가 내 쪽으로 불쑥 몸을 갖다 댄다.
가슴이 팔꿈치에 닿을랑 말랑 할 것 같다.
일부러가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그런 모양이다.
은근히 군죠의 체온이 느껴진다.
"단도직입적으로 생각해봐.'
"단도직입적으로?"
"x=0 또는 y=0과 동치인 조건이 뭐지?"
아, xy=0인가.
그런가. z=xy로 두면 되는 건가.
이 경우 분명
z=0이면 x=0 또는 y=0이고,
z=1이면 x=1 그리고 y=1이다.
x와 y는 0과 1 둘 중 하나만 된다는 게 핵심 포인트인가.
요컨대,
C. "A와 B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 z-xy=0
이다.
"됐다. 고로 거짓말쟁이 문제는 다음과 같이 변환할 수 있어."
A. "B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 y=x+1
B. "C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 ⇄ y-z=0
C. "A와 B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 z-xy=0
"뭐, 너치고는 잘 했네."
"아무리 휴학생이라 해도 수학은 남들만큼 하니까 말이지."
"그럼 이제까지는 유치원 수준이었어."
내가 유치원생이라는 거냐.
아, 다 됐고 이제 집에 가서 뽀로로나 볼란다.
"이제부터,"
군죠가 컵가에 묻은 물방울을 혀로 스윽 닦아내더니 말을 잇는다.
"애들 장난인 '거짓말쟁이 문제'에 어른의 장난감 '그뢰브너 기저'를 투입해 보자고."
- すばらしい数学者たち. 야노 켄타로(矢野健太郎)가 쓴 수학 교양서적―역자 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