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뢰브너 기저와 천재 제1화
도쿄 도 수학과 학생 연합.
통칭 동수(東数).
수학과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들은 적 있는 이름일 것이다.
동수란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해 독자적으로 설립된 수학 단체로, 전국 각지의 도(都), 도(道), 부(府), 현(県)에 존재하는 수학과 학생연합(도쿄 수학과 학생 연합, 홋카이도 수학과 학생 연합 등)의 총 본부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수학과 학생 연합(약칭 수련합)의 목적은 우수한 수학과 학생을 육성하는 것으로, 실제로 창립 100년 전부터 수많은 수학자를 배출해왔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수를 알고 세상을 안다."
(수학을 배우면 세상을 다스릴 수 있다.)
라는 이념으로도 표출되고 있는 수학 지상주의다.
수련합에서는 수학을 못하면 생존권은 없다. 존재하는 것조차 용납받지 못한다.
거꾸로 말하면 수학을 잘할수록 더 많은 권리를 가질 수 있고, 온갖 측면에서 자신보다 못하는 사람을 지배할 수 있다.
그 일례로 수련합에 입회하기 위해선 수련합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입회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회원권을 얻기 위해선 매년 생존시험을 돌파해야 한다.
그리고 회원끼리 마찰이 생기면 서로의 수학적 능력을 겨루는 '수학 배틀'로 패자와 승자를 결정하며, 다들 이렇게 결정된 승패에 절대적으로 따른다.
또한 시험 성적과 수학 배틀을 통해 1000명 가량 되는 전 회원의 등급을 나누고 있는데,
중층 : 초단부터 10단까지 (약 300명)
고층 : X부터 I까지 (상위 10명)
처럼 세 개의 층(sheaf)로 구성되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이건 정확하지 않다.
이 등급에서 열외된 사람이 딱 한 명 존재한다.
그건 바로 회장이다.
수학과 학생 연합은 동수 그 자체이며,
동수는 회장 그 자체다.
이렇게 말해도 좋을 만큼, 이렇게 말해야만 할 만큼 회장은 수련합의 모든 권한과 결정권을 꽉 쥐고 있다.
만일 회장이 "이 수학책의 증명은 너무 길다."라고 말하면 다음 날 전국 서점에 꽂혀 있는 그 수학책의 내용이 "증명 : 자명함"으로 바뀔 것이다.
회장이 되어 그런 권력을 누리고 싶으면 현 회장을 수학 배틀로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으므로, 사실상 회장 자리는 가장 수학력이 높은 존재의 전유물이다.
뭐 여기까지 설명이 장황했다만 나 혼죠 헤이스케가 말하고 싶었던 건, 지금 학교 식당에서 은빛 단발에 검은 안경을 쓰고 내 앞에서 오도카니 차를 훌쩍이고 있는 난죠 코코로(南條 体)가 도쿄 도 수학과 학생 연합의 100대 회장이라는 것이다.
- presheaf ― 역자 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