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령 2018. 5. 17. 04:43

원문



 『그뢰브너 기저로 지도를 칠하다』


 어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다.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편의점 주차장에 앉아 탄산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오전에 비가 와서 콘크리트 위에 물이 조금씩 고여 있었지만, 다행히도 연석까지 젖지는 않았다.


 "흐하하하하하하!!!"

 멀찍이서 녀석들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더럽고 저질스런 목소리에 뺨에 붙은 반창고가 살짝 저려온다.

 나는 즉시 책가방에서 가위를 꺼내 뒷주머니에 넣었다.


 "어? 너 K 맞지! 또 뭐 사먹고 있냐?"

 녀석 중 하나가 내가 있다는 걸 알아채고 말을 건다.

 녀석들이 나를 부를 때 쓰던 K는 녀석들이 붙인 별명인데, 내 이름의 이니셜과 "퀴퀴하다"의 K를 엮은 것이다.


 "어? 어? 어? 어디서 또 퀴퀴한 거 사다 쳐먹고 있네? 안 그러냐, 타지마?"


 쫄따구들이 항상 하던 것처럼 위협을 가해온다.

 타지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본다.

 눈알을 크게 부릅뜨고는 꿈뻑도 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부터 타지마를 죽일 것이다.

 예전부터 결심한 일이다.

 방심한 틈을 타 가위로 급소를 찔러,

 단 한 번의 일격으로 끝낼 것이다.


 "오늘은 뭐 샀냐.'

 타지마가 한 마디 뱉는다.

 괜찮아. 아직은 안 들켰어.

 들키면 안 된다.


 "타, 탄산음료."


 나는 다리가 떨리는 것을 참으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답한다.

 괜찮다. 이건 그냥 싸움이다.

 어른들이 말하는 그냥 애들 싸움이다.

 어쩌다 생긴 싸움에 어쩌다 수업 때 쓰던 가위가 어쩌다 타지마한테 꽂혀서 어쩌다 타지마가 죽을 뿐이다.

 그래. 별 거 아닌 싸움일 뿐이다.


 "또 탄산음료냐. 다른 건?"

 타지마가 쫄따구에게 비닐봉투를 뒤지게 한다.

 아직이다. 서 있을 때는 안 된다.

 타지마가 앉아서 내게 가까워질 때를 노려야 한다.


 "어? 뭐냐 이건? 게맛살 아니냐?"


 쫄따구들이 비닐봉투에 정신이 팔려 있다.

 아직이다. 아직은 아니다.

 주차장에 있는 어른들은 늘 그랬듯 눈길 하나 주지 않는다.


 "잠깐 줘봐."

 타지마가 쫄따구들 옆에 앉았다.

 내 눈 앞에 타지마가 있다.

 나는 연석에 앉아있으니까 위치상 조금 높이 있다.

 됐다. 좋았어.

 이 위치라면 정확히 찌를 수 있다.


 나는 주머니에 있는 가위를 꺼낸다.

 손땀에 그만 놓치지 않도록 꾹 잡아 꺼낸다.

 그 순간, 타지마가 피식 콧웃음친다.


 "이거 말야? 이 자식 여동생, XXX잖아."


 난 가위를 휘둘렀다.


 ***


 x^4-1=0

 y^4-1=0

 (x+y)(x^2+y^2)=0


 "이게 도쿄와 치바를 다른 색으로 칠하는 모든 경우를 나타내는 연립방정식이야."


 여동생은 봄 한정 딸기 타르트를 거의 먹어치우고 있었다.

 기세를 몰아 '여름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도 사달라고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소시민이라 돈이 별로 없단 말이다.


 "으응, x^4-1=0, y^4-1=0은 도쿄와 치바를 네 색 중 하나로 칠하겠다는 뜻이지?"


 여동생이 식의 의미를 다시 물어본다.

 나는 볼에 크림이 묻었다고 알려주고 설명을 시작했다.


 "응, 맞아. 그리고 세번째 식이 x랑 y가 다른 값이라는 걸 의미하지. 다시 말해 이들 세 다항식으로 만든 연립방정식을 생각하면 이런 주장이 성립해."


 연립방정식

 x^4-1=0

 y^4-1=0

 (x+y)(x^2+y^2)=0

 의 해가 존재한다

 ⇔

 도쿄와 치바를 네 색깔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연립방정식의 해가 존재하는 지 확인하면 네 색깔로 구분할 수 있는지 판정할 수 있다는 거지."

 "?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소리야?"


 평소 듣지 못한 말이라 그런지 조금 당황한 듯한 칸나.


 "앗, 아아. 학교에서 아직까진 해가 존재하는 연립방정식만 풀었겠구나. 일반적으로 방정식의 해가 꼭 존재하는 건 아니야."

 "그런 방정식도 있어?"
 "으음. 예를 들면,"

 x+y=1

 x+y=0


 "이런 게 있겠지. 한번 이 연립방정식 풀어볼래?"

 "응. 그러니까, 위 식에서 아래 식을 빼면... 좌변은,"


 (x+y)-(x-y)=0

 

 "이 되고, 우변은,"


 1-0=1


 "그렇다는 건,"


 0=1


 "어어!? 1=0!?"
 "그렇지."
 "이거 맞는 거야?"
 "푸는 방법은 맞아. 그렇지만 결과는 모순된 식이지."

 "그러니까."

 "지금 얻은 0=1은 x나 y에 어떤 값을 넣어도 일어나는 모순이지."

 "응. 결과가 x나 y로 표현된 게 아니니까."

 "따라서 저 연립방정식을 만족시키는 x,y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연립방정식

 x+y=1

 x+y=0

 을 만족하는 x,y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듯 모든 연립방정식이 해를 갖는다고 할 수는 없어."

 "그렇후나."


 여동생이 타르트 마지막 한 조각을 우물대며 이해했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이고. 이왕이면 한 입 먹을 걸.


 "4색문제 이야기로 돌아가자. 연립방정식,"


 x^4-1=0

y^4-1=0

(x+y)(x^2+y^2)=0


 "의 해가 존재하면 도쿄와 치바를 네 색으로 구분할 수 있댔지. 그러면 이 연립방정식의 해는 존재할까?"

 "으음, 존재하지 않을까?"
 "그럼 어떤 해가 있지?"
 "어, 으음, x=1 그리고 ........ y=-1?"

 "호오. 왜 그게 해가 되는지 보여줄래?"


 1^4-1=1-1=0

 (-1)^4-1=1-1=0

 (1+(-1))(1^2+(-1)^2)=0*(1+1)=0


 "보다시피 x=1이랑 y=-1을 연립방정식에 있는 다항식에 대입하면 모두 0이 돼. 이거면 됐지?"
 "계산 속도가 빨라진 것 같네."
 "헤헤."


 여동생이 오른손으로 머리를 살며시 긁적인다.

 이제 보니 오른손 손등에 큰 반창고가 붙어 있다.

 여태 모르고 있었다.

 어디서 다치기라도 한 걸까.


 "x=1과 y=-1이 연립방정식의 해가 된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다항식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의미?"
 "응. x=1은 도쿄를 빨간색으로, y=1은 치바를 파란색으로 칠한다는 뜻이었지. 이게 연립방정식의 해가 되니까,"

 

 '도쿄는 빨간색, 치바는 파란색으로 칠하면 도쿄와 치바를 다른 색으로 칠할 수 있다.'


 "...임을 알 수 있어."

 "응? 당연하잖아."

 "그렇지. 아직은 가장 간단한 경우를 보고 있으니까 연립방정식으로 푸는 게 괜히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지도가 더 복잡하게 생기면 이 방법은 꽤 쓸모있어져."

 "호오?"

 "도쿄, 치바, 카나가와를 생각해보자."


       도쿄 치바

 카나가와


 "카나가와에는 변수 z를 주자. 그러면 이 지도를 네 색으로 칠하는 연립방정식은,"


 x^4-1=0

 y^4-1=0

 z^4-1=0

 (x+y)(x^2+y^2)=0

 (x+z)(x^2+z^2)=0


 "이렇게 나오겠지. 여기서 새로 생긴 다항식 z^4-1은 카나가와를 네 색깔 중 하나로 칠한다는 뜻이고,  (x+z)(x^2+z^2)=0은 카나가와를 도쿄하고는 다른 색으로 칠해야 한다는 뜻이야."

 "어라? (y+z)(y^2+z^2)=0가 없네?"
 "그렇지. 방금 치바를 y, 카나가와를 z로 두자고 했지? 치바랑 카나가와는 같은 색으로 칠해도 되니까 (y+z)(y^2+z^2)는 필요없지."

 "그렇구나."

 "이 연립방정식에는 해가 존재할까?"
 "우에!? ................존재하지 않나?"
 "맞아. 한 번,"

 x=1, y=z=-1


 "을 대입해 봐."
 "응."

 1^4-1=0

 (-1)^4-1=0

 (-1)^4-1=0

 (1+(-1))(1^2+(-1)^2)=0

 (1+(-1))(1^2+(-1)^2)=0


 "아! 정말 모두 0이 되네!"

 "되지? 그럼 x=1, y=-1, z=-1이 연립방정식의 해가 된다는 게 지도에서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볼래?"
 "흐음. 1은 빨간색, -1은 파란색이었으니까,"


 도쿄 = 빨간색

 치바 = 파란색

 카나가와 = 파란색


 "이렇다는 건가?"

 "그렇지! 이건,"


        도쿄 치바

 카나가와


 "이렇게 칠할 수 있다는 걸 뜻해. 아까 칠했던 거랑 비슷하지?"

 "어, 그러네!"

 "이번엔 거꾸로 지도에서부터 생각해보자. 도쿄, 치바, 카나가와는 빨강, 파랑, 노랑 세 색으로도 칠할 수 있었지."


        도쿄 치바

 카나가와


 "이렇게 말이야."
 "역시 노란색은 치바의 땅콩색이라니깐."


 치바가 땅콩으로 유명하니까 치바를 보고 노란색이 떠오르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사족으로 말해두건대 치바군은 빨간색이다.

 치바군은 옆에서 보면 치바처럼 생긴 개 모습을 한 치바현의 마스코트 캐릭터다.

 그리고 G41과는 무관한 댕댕이다. 호메떼 호메떼.


 "지도를 이렇게 칠할 수 있다는 건 x,y,z에 각 색에 대응되는 값을 넣으면 연립방정식을 만족시킨다는 뜻이겠지. 빨강은 1, 파랑은 -1, 노랑은 허수 i였으니까 x=1, y=-1, z=i를 대입하면 저 방정식을 만족하겠지."

 "응."

 "실제로 x,y,z에 저 값을 대입해보면,"


 1^4-1=0

 i^4-1=(-1)^2-1=0

 (-1)^4-1=0

 (1+i)(1^2+i^2)=(1+i)(1+(-1))=(1+i)*0=0

 (1+(-1))(1^2+(-1)^2)=0


 "보다시피 모두 0이 되니까 x=1, y=-1, z=i가 해가 되는 걸 알 수 있지."

 "오오!"
 "이제 연립방정식과 지도가 어떻게 대응되는 지 좀 알 거 같아?"
 "응! 연립방정식을 풀면 지도를 칠하는 방법을 얻는다는 거지?"

 "그렇지. .........자, 그러면,"

 "응?"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셔 목을 푼다.

 드디어 그것이 등장할 차례다.


 "지도에 영역이 많아질수록 연립방정식의 식도 당연히 많아지겠지. 그 때는 손으로 계산하기 정말 힘들어져."

 "그뢰브너 기저 말이지?"

 "따라서 연립방정식을 컴퓨터를 써서 풀 방법이 필요해."

 "그러니까 그뢰브너 기저 말이지?

 "아직 내가 뭘 말하려는 지 모를 수도 있겠네. 예전에 Mathematica로 계산했던 그거 말이야."

 "그.로.에.브.너  바.시.스?"

 ".........잊고 싶지 않은 기저, 잊고 싶지 않았던 기저, 잊으면 안되는 기저... 너의 이름은!"

 "아 진짜."


 ""그뢰브너 기저!!""













 "오빠? 무슨 애니 엔딩처럼 말해도 하나도 안 멋지거든? 그리고 그뢰브너 기저인거 이미 알고 있다고."

 "그래. 그럼 그뢰브너 기저를 계산해보자."


 전전전세부터 써 먹으려고 아껴둔 드립인데 전전전혀 먹히지 않았다.

 다시 분위기 잡고 설명을 계속하자.

 

 "Mathematica로 계산하려면,"


 GroebnerBasis


 "이 함수를 쓰면 돼. 이제 아까 봤던 연립방정식을 입력하면,"


 GroebnerBasis[{x^4-1,y^4-1,z^4-1,(x+y)(x^2+y^2),(x+z)(x^2+z^2)}]


 "...가 되겠지. 여기에 변수 소거 순서는 {x,y,z}로 지정하면,"


 GroebnerBasis[{x^4-1,y^4-1,z^4-1,(x+y)(x^2+y^2),(x+z)(x^2+z^2)},{x,y,z}]


 "다 됐다."


 하나도 안 멋지거든.

 여동생의 말이 시간차를 두고 내 마음을 찔러온다.

 신경쓰지 않으려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척 해 보지만, 아무래도 여동생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오빠로서 가슴이 아프다.


 "빨리 계산해 줘!"


 여동생이 실의에 빠진 나를 재촉한다.

 그래. 내겐 그뢰브너 기저가 있다.

 그뢰브너 기저는 언제나 내 편이다.


 {z^4-1, y^4-1, x^2*y + x*y^2 + y^3 - x^2*z - x*z^2 - z^3, x^3 + x^2*z + x*z^2 + z^3}


 "이게 아까 다항식들의 그뢰브너 기저야."

 "에!? 아까보다 더 복잡해졌는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앞에 있는 식부터 하나씩 생각해보자."


 z^4-1

 y^4-1


 "맨 앞에 이런 식 두개가 나왔지. 이 그뢰브너 기저에 있는 다른 식하고는 다르게 얘들은 한 변수로만 이루어져 있어. 얘들은 제약없이 아무 색이나 칠할 수 있다는 뜻이야."
 "제약없이?"
 "응. z^4-1에 1, -1, i, -i 중 어떤 값을 넣어도 모두 0이 되지? 그뢰브너 기저에 이런 식이 나온다는 것, 그러니까 이이 연립방정식을 z에 대해서 풀었더니 z^4-1가 나온다는 건 z에 어떤 색을 넣어도 된다는 뜻이야."

 "으응? 무슨 소리야?"

 "지도에서 생각해보자. z가 카나가와였지? 앞 식 z^4-1은 카나가와를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어느 색으로 칠해도 전체 지도를 네 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야. 한 번 빨간색으로 칠해보자."


        도쿄 치바

 카나가와


 "다음으로 치바에 대해서도 y^4-1이 나왔으니까, 치바 역시 아무 색으로 칠해도 돼. 이번엔 초록색으로 칠해보자."


        도쿄 치바

 카나가와


 "마지막으로 도쿄의 색을 정해야겠지. 도쿄는 아무 색으로 칠할 수 없어. 그뢰브너 기저에 x에 대한 식이,"


 x^2*y + x*y^2 + y^3 - x^2*z - x*z^2 - z^3,

 x^3 + x^2*z + x*z^2 + z^3


 "이렇게 두 개 있는데, 둘 다 y랑 z가 엮여 있지. 그 말인 즉 y랑 z의 값에 따라 x가 결정된다는 소리야."

 "그러네?"

 "자, 그럼 x의 값을 정해보자. 위 두 식에 카나가와=빨강이랑 치바=초록, 즉 z=1이랑 y=-1를 대입하면,"


 x^2*y + x*y^2 + y^3 - x^2*z - x*z^2 - z^3=-i*x^2-x+i-x^2-x-1=-(1+i)x^2-2x+i-1

 x^3 + x^2*z + x*z^2 + z^3=x^3+x^2+x+1=(x+1)(x^2+1)


 "우와― 하나도 모르겠어."
 "복소수 i가 계수로 나온 방정식은 익숙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하는 건  y=-i랑 z=1을 넣어 얻은 두 방정식,"


 -(1+i)x^2-2x+i-1=0

 (x+1)(x^2+1)=0


 "...을 동시에 만족하는 x야."

 "많이 어려울 거 같은데?"
 "이럴 땐 간단한 식부터 보면 돼. 아래 식을 보자."


 (x+1)(x^2+1)=0


 "이 식은 인수분해되어 있으니까 금방 해를 구할 수 있지."


 x=-1, i, -i


 "이게 (x+1)(x^2+1)=0의 해야."

 "그렇지."

 "이 중에서 -(1+i)x^2-2x+i-1=0도 만족하는 x를 찾자. x=-1, i, -i를 각각 대입하면,"


 x=-1 → -(1+i)x^2-2x+i-1=-(1+i)(-1)^2-2(-1)+i-1=-(1+i)+2+i-1=0

 x=i → -(1+i)x^2-2x+i-1=-(1+i)(i)^2-2(i)+i-1=(1+i)-2i+i-1=0

 x=-i → -(1+i)x^2-2x+i-1=-(1+i)(-i)^2-2(-i)+i-1=(1+i)+2i+i-1=4i

 

 "이렇게 위에 있는 방정식도 만족하는 x가 -1이랑 i 뿐이라는 걸 알 수 있어. 따라서,"


 -(1+i)x^2-2x+i-1=0

 (x+1)(x^2+1)=0


 "...을 만족하는 x는,"


 x=-1, i


 "...가 되겠지."

 "호, 호에―"

 "이해됐어?"

 "아, 아직도 잘 모르겠어..."

 "잘 모르겠을 땐 의미를 생각해보면 돼. x=-1은 도쿄를 파란색, x=i는 노란색으로 칠한다는 뜻이었지. 카나가와는 빨간색, 치바는 초록색이었으니까,"

        도쿄 치바

 카나가와


 그리고


        도쿄 치바

 카나가와


 "이렇게 칠할 수 있다는 의미지. 이 지도들은 모두 인접한 지역끼리 다른 색으로 색칠되어 있지. 지금은 카나가와를 빨간색으로 정해놓았으니까 이렇게 나왔지만, 다른 색으로 정해놓고 시작해도 비슷하게 그뢰브너 기저에 있는 다항식에 값을 대입하면 x의 값, 그러니까 도쿄에 어떤 색을 칠해야 하는 지 알 수 있어."
 "대단해......!"
 "그렇지. 사실 연립방정식을 풀면 지도를 네 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앎과 동시에, 네 색으로 칠하는 경우도 모두 구할 수 있어."
 "허, 허얼―."

 여동생은 많이 놀란 듯 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계산이 복잡했던 탓인지 식의 진정한 의미를 충분히 느끼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면 이런 사태도 뒤집힐 터.

 "이렇게 연립방정식의 해를 직접 구해보면 지도를 네 색으로 칠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알 수 있어."
 "응. 그렇지."
 "하지만 여부를 알기 위해 방금처럼 일일히 해를 구하는 건 귀찮은 일이지."
 "정말 귀찮은 거 같아."
 "하지만 실제로 해를 구하지 않고도 그뢰브너 기저가 어떻게 생겼는지만 보고도 해의 존재성을, 그러니까 지도를 네 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어."
 "에? 진짜?"
 "그건 바로,"

 현대 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신과 같은 위대한 수학자.
 수학 하는 사람치고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힐베르트 영점 정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