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뢰브너 기저와 4색문제 제5화
『그뢰브너 기저와 4색문제』
"너희 뭐 하는 거야!"
가위를 휘두르려는 순간 큰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만 가위를 등 뒤로 숨겼다.
운 좋게도 타지마 녀석들은 가위를 못 본 것 같다.
"칫, 간다!"
타지마는 그렇게 말하곤 쫄따구들과 함께 나에게서 떨어진다.
편의점 주차장에 홀로 남겨진 나.
그런 내게 여고생 한 명이 다가왔다.
"괜찮아?"
그 녀석이 연분홍빛 우산을 아래로 내리고 쭈그려 앉으며 내게 물어 왔다.
나는 눈이라도 맞을까 아래에 떨어진 비닐봉투를 봤다.
"볼."
"??"
"볼, 더러워졌어."
그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선 손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기 시작했다.
녀석의 따뜻한 손에 볼이 간질간질해졌다.
카페라떼 색 교복, 머리엔 빨간 리본.
가슴에는 파란 나비넥타이를 달고 있었다.
녀석이 내 볼을 닦는 걸 묵묵히 보고 있으니 녀석의 투명한 눈 깊이 빨려들 것만 같았다.
탄산음료와는 다른, 지금껏 마셔본 적 없는 액체가 가슴에 흐르는 감각을 느꼈다.
"손, 혹시 다치기라도 했니?"
"어..."
"아까부터 계속 뒤로 숨기고 있던데."
위액이 올라온 건지 입안이 벌컥 시큼해진다.
토할 것 같은 느낌을 꿀꺽 삼켜 누른다.
그래. 나는 이미 한 발 내딛지 않았는가.
나는 타지마를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그러러면 이 여자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하하하, 아무 것도 아냐."
나는 되도록 웃음지으며 그 여자에게 답했다.
괜찮다. 쫄지 마.
지금만 어떻게 넘기면 된다.
"혹시 상처라도 난 거야? 잠깐 보여줄래?"
그 여자가 내 팔을 가볍게 잡았다.
"하지 마!"
예기치 못한 상황에 머리가 새하얘진다.
나는 힘껏 그 여자의 손을 뿌리쳤다.
퍼뜩 제정신이 드니 가위에 피가 묻어 있었다.
"아얏......."
여자의 오른손등에 새빨간 피가, 날카로운 직선을 따라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보다도 새빨간 피가, 그녀의 뺨에 묻어 있었다.
나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 때 두고 온 책가방과 봉투를 어떻게 가져왔는 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 세면대에서 가위에 묻은 피를 다 지우고 나서야 의식이 돌아왔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지난 번 일을 교훈 삼아 생각할 수 있는 대책은 모두 생각해뒀다.
오늘이 그 대책을 실행할 날이다.
지난 번의 실패는 충동적으로 행동하여 냉정함이 결여되어 있었기에 일어난 것이다.
내가 거기서 타지마를 죽였다면, 아무리 소년법의 보호를 받는다 해도 보호 처분으로 끝나는 게 고작이었을 터이다.
게다가 초등학교 2학년생의 힘으로는 녀석을 죽이기에 한계가 있다.
고로 머리를 써서,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
나는 책가방에 카테고리 책을 넣었다.
카테고리. 통칭 Cat.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다.
예전에 난죠라는 녀석을 쓰러뜨렸던 덕에 충분한 지위를 손에 넣었다.
이젠 그 지위를 이용할 뿐.
나는 바닥에서 우유를 마시던 여동생을 안아 올렸다.
여동생은 내 뺨을 핥아댔다.
"너 방금 게맛살도 먹었잖아."
여동생을 내게서 떨어뜨리려고 쥐 모양 장난감을 준다.
여동생은 야옹 하고 울고선 조용히 케이스로 들어갔다.
때가 왔다.
나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타지마를 죽이는 건 잠시 중단한다.
목격자를 처분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나는 카페 문을 열었다.
***
카페 문이 땡그렁 땡그렁 소리와 함께 열린다.
아무래도 나랑 칸나 말고도 손님이 온 모양이다.
"힐베 루트? 그게 뭐야?"
여동생이 물음표를 띄우며 고개를 젓는다.
위대한 수학자의 이름도 여동생의 입을 거치면 잠시 귀여워진다.
"다비트 힐베르트. 19세기에서 20세기를 걸쳐 활약한, 현대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야."
"수학의 아빠!"
"응. 너무 위대한 수학자라 어떤 업적이 있는지 다 말하기도 어려워. 힐베르트 공간, 힐베르트의 23가지 문제 등등 수많은 수학적 개념과 문제에 힐베르트의 이름이 붙어 있어."
"대단해―"
"그 유명한 리만 가설도 힐베르트의 문제 중 8번째로 포함되어 있어."
"리만 브라더스 가설?"
"뭐, 어쨌든.. 지금부터 얘기할 힐베르트의 영점 정리(Nullstellensatz)도 힐베르트의 이름이 붙은 유명한 정리 중 하나지."
"흠."
칸나가 알겠다는 듯 대답하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나는 노트에 이런 도식을 그렸다.
연립방정식 ⇆ 연립방정식의 해
"정말 쉽게 설명하자면, 힐베르트 영점 정리는 연립방정식과 그 해를 이어주는 정리야."
"이어준다고?"
"응. 대응시킨다고 하는 게 더 낫겠네. 연립방정식에서 연립방정식의 해를 얻을 수 있고, 거꾸로 연립방정식의 해로부터 원래 연립방정식을 알 수 있다는 그런 거지."
"뭔지 잘 모르겠어."
"한번 예시를 보자."
x^2+y^2+2=0
x-y=0
"이 연립방정식의 해는 몇 개일까?"
"으음?"
"어때?"
"이거 못 풀지 않아?"
"왜?"
"x^2랑 y^2는 항상 0 이상이잖아? 그런데 거기에 2를 더하면 절대 0이 될 수 없을 거 아냐?"
멍한 것 같으면서도 가끔 이렇게 예리하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백만개 정도 찍어주고 싶다.
"일단 평소에 풀던 것처럼 해봐."
"어, 으음....................일단 아래 식이,"
x-y=0
"...이니까,"
x=y
"따라서 이걸 윗 식에 대입하면,"
y^2+y^2+2=0
"즉,"
2y^2+2=0
"이제 2로 나누면,"
y^2+1=0
"이렇게 되긴 하는데, 이거 못 풀지 않아?"
"실수에서는 그렇지."
"무슨 소리야?"
"복소수까지 확장해서 생각하면 y^2+1=0이 해를 가져."
"아, i구나."
드디어 알아챈 모양이다.
아직 복소수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i의 존재를 잠시 잊은 것 같다.
"그렇지. y^2+1=0은 y^2=-1과 같은 식이지. 제곱해서 -1이 되는 수는 바로 i였지. 엄밀히는 i랑 -i 두 개겠지만."
"그러네."
"이제 다시 연립방정식을 보자. x=y였으니까 이 연립방정식의 해는,"
x=i, y=i 또는 x=-i, y=-i
"이렇게 되겠지."
"그러네. 그런데 이게 어쨌다는 거야?"
"여기서 중요한 건 연립방정식,"
x^2+y^2+2=0
x-y=0
"....은 실수 위에서는 해를 가지지 않지만 복소수 위에서는 해를 가진다는 거야. 이건 복소수가 정말 아름다운 수 체계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야."
"복소수가 아름답다고?"
"안 믿겨지니?"
"제곱해서 -1이 되는 수 같은 거 기분 나쁘다구."
"뭐, 네가 그러는 것도 이해해. 하지만 복소수는 어떤 의미에서는 완성된 수 체계라 할 수 있어."
"완성되었다고?"
연립방정식 ⇆ 연립방정식의 해
"방금 이런 대응관계를 생각하자고 했지. 사실 실수에서는 이런 대응이 잘 일어나지 않아."
"그래?"
"예를 들어볼게."
x^2+y^2+2=0
x-y=0
"이 연립방정식은 실수해를 갖지 않지 않지. 이거 말고도 실수해를 갖지 않는 연립방정식이 또 있을까?"
"음, 으음...... 아! 아까 풀었던,"
x+y=1
x+y=0
"이거!?"
"정답! 이 연립방정식은,"
1=0
"이런 식을 유도하기 때문에 해를 갖지 않지. 하지만 방금 대응 관계식을 보면,"
어떤 종류의 연립방정식 ⇆ 해가 없음
"이런 대응이 성립한단 걸 알게 돼. 다시 말해 '해가 없는 연립방정식'은 한 종류밖에 없다는 거지. 그런데,"
x^2+y^2+2=0
x-y=0
"이렇게 실수 위에선 적어도 두 종류의 연립방정식이 해를 갖지 않게 되지."
"호호오?"
"하지만 복소수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연립방정식과 연립방정식의 해 사이에는 예쁜 대응관계가 있어. 즉 복소수에서 해가 없는 연립방정식은,"
1=0
"이거 밖에 없어."
"에에―! 정말!?"
"정확히 말하자면 1=0을 식으로 포함한 연립방정식이라고 해야겠지. 아까 나왔던,"
x+y=1
x+y=0
"...도 그 중 하나겠지."
"으음."
"이젠 알겠니?"
"일단은 '에에―! 정말!?'이라고 하긴 했는데 잘 모르겠어―. 머리에 구멍날 거 같아."
어라. 일단이라고.
쳇, 네가 1단이면 나는 0단이다.
"어쨌든 이제 그뢰브너 기저로 돌아가자. 방금 이야기했던 걸 그뢰브너 기저의 언어로 바꾸면,"
연립방정식이 (복소수에서) 해를 갖지 않는다.
⇔ 연립방정식의 그뢰브너 기저는 {1}
"이런 명제가 성립해."
"호오~."
"거꾸로 말하면, 그뢰브너 기저가 {1}이 아닌 이상 연립방정식이 복소수에서 해를 갖게 되겠지."
"아! 그렇다는 건!"
드디어 4색 문제 이야기로 되돌아간다.
"그렇지. 그뢰브너 기저가 생긴 걸 보고 지도를 네 색으로 칠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거지."
"오오~"
이번에는 1단이 아니길 빈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요약하면,"
지도를 네 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지도에 대응되는 연립방정식이 해를 가진다.
⇔ 그뢰브너 기저가 {1}이 아니다.
"이런 명제가 성립해. 아까 도쿄, 치바, 카나가와를 네 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x^4-1=0
y^4-1=0
z^4-1=0
(x+y)(x^2+y^2)=0
(x+z)(x^2+z^2)=0
"이런 연립방정식의 해를 일일히 찾았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던 거지. 이 연립방정식의 그뢰브너 기저는,"
{z^4-1, y^4-1, x^2*y + x*y^2 + y^3 - x^2*z - x*z^2 - z^3, x^3 + x^2*z + x*z^2 + z^3}
"...였고 이건 {1}이 아니니까 네 색으로 칠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그런데 힐베르트의 영점 정리는 왜 성립하는 거야?"
"엇. 아, 으음. 이걸 증명하려면 Noether normalization lemma나 대수적 다양체같은 환론과 대수기하의 기초 지식이 필요해. 칸나에겐 아직 힘들 거 같은걸."
"흐응. 그렇구나."
"하지만 이 정리 덕분에 일일히 해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정말 편리하지!"
그럼 이제부터 온 세상을 네 색으로 칠해보자.
힐베르트 아버지가 남겨주신 뜨거운 마음, 그뢰브너 기저 어머니가 주신 그 눈빛을 가방, 이 아니라 컴퓨터에 넣자.
나가노 사이타마
야마나시 도쿄 치바
시즈오카 카나가와
"이 지도는 이미 네 색으로 구분되어 있지. 이렇게 지역들을 구분할 수 있다는 걸 연립방정식으로도 확인해보자."
"응!"
"우선 알아보기 쉽게 각 변수를,"
도쿄 ↔︎ x_1
치바 ↔︎ x_2
카나가와 ↔︎ x_3
사이타마 ↔︎ x_4
야마나시 ↔︎ x_5
시즈오카 ↔︎ x_6
나가노 ↔︎ x_7
"이렇게 대응시키자."
"각 변수의 값에 따라 색이 변하는 거지."
"그렇지. 그럼 이 지역들이 네 색 중 하나로 칠해졌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x_1^4-1=0
x_2^4-1=0
x_3^4-1=0
x_4^4-1=0
x_5^4-1=0
x_6^4-1=0
x_7^4-1=0
"이렇게 식 일곱 개를 세우자."
"음."
"다음으로는 위치관계야. 일단 도쿄는 치바, 카나가와, 사이타마, 야마나시랑 접하고 있으니까,"
(x_1+x_2)(x_1^2+x_2^2)=0
(x_1+x_3)(x_1^2+x_3^2)=0
(x_1+x_4)(x_1^2+x_4^2)=0
(x_1+x_5)(x_1^2+x_5^2)=0
"이런 식 네 개가 성립하지."
"으음. 여기서 (x_1+x_2)(x_1^2+x_2^2)=0는 x_1이랑 x_2가 다른 수, 그러니까 색이 다르다는 뜻이지?"
"맞아."
"후. 맞췄다."
"그럼 다음으로 치바에 주목해보자. 치바는 도쿄 말고도 사이타마랑 접하고 있으니까,"
(x_2+x_4)(x_2^2+x_4^2)=0
"이런 식이 성립하지. 비슷하게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식을 세워보자."
"으음, 사이타마는 도쿄랑 치바 말고도 야마나시랑 나가노랑 접하고 있으니까,"
(x_4+x_5)(x_4^2+x_5^2)=0
(x_4+x_7)(x_4^2+x_7^2)=0
"이거 맞지?"
"음, 그렇지."
"그리고 카나가와는 야마나시랑 시즈오카랑 접하니까,"
(x_3+x_5)(x_3^2+x_5^2)=0
(x_3+x_6)(x_3^2+x_6^2)=0
"이렇겠지? 그리고 또 야마나시는 카나가와, 도쿄, 사이타마 말고도 시즈오카랑 나가노랑 접하고 있으니까,"
(x_5+x_6)(x_5^2+x_6^2)=0
(x_5+x_7)(x_5^2+x_7^2)=0
"이러겠지―. 이제 남은 곳이...... 시즈오카는 카나가와랑 야마나시 말고도 나가노랑 접하고 있으니까,"
(x_6+x_7)(x_6^2+x_7^2)=0
"마지막으로 나가노랑 접하는 지역은 방금 다 나왔으니까 이걸로 끝!"
"오오~. 생각보다 빠르네."
"에헴."
"뭐, 지리 부도 보면서 변수만 바꾸면 되니까 너한테도 쉬운 일이었으려나."
"뭐??"
"아 미안. 지금까지 나온 식을 싹 모아서 연립방정식을 세우자."
x_1^4-1=0
x_2^4-1=0
x_3^4-1=0
x_4^4-1=0
x_5^4-1=0
x_6^4-1=0
x_7^4-1=0
(x_1+x_2)(x_1^2+x_2^2)=0
(x_1+x_3)(x_1^2+x_3^2)=0
(x_1+x_4)(x_1^2+x_4^2)=0
(x_1+x_5)(x_1^2+x_5^2)=0
(x_2+x_4)(x_1^2+x_4^2)=0
(x_4+x_5)(x_4^2+x_5^2)=0
(x_4+x_7)(x_4^2+x_7^2)=0
(x_3+x_5)(x_3^2+x_5^2)=0
(x_3+x_6)(x_3^2+x_6^2)=0
(x_5+x_6)(x_5^2+x_6^2)=0
(x_5+x_7)(x_5^2+x_7^2)=0
(x_6+x_7)(x_6^2+x_7^2)=0
"우와아. 식 많다."
"변수는 7개, 방정식은 18개네."
"풀고 싶지 않아..."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그뢰브너 기저지. 빨리 계산해보자."
GroebnerBasis[{x1^4 - 1, x2^4 - 1, x3^4 - 1, x4^4 - 1, x5^4 - 1, x6^4 - 1, x7^4 - 1, (x1 + x2)*(x1^2 + x2^2), (x1 + x3)*(x1^2 + x3^2), (x1 + x4)*(x1^2 + x4^2), (x1 + x5)*(x1^2 + x5^2), (x2 + x4)*(x1^2 + x4^2), (x4 + x5)*(x4^2 + x5^2), (x4 + x7)*(x4^2 + x7^2), (x3 + x5)*(x3^2 + x5^2), (x3 + x6)*(x3^2 + x6^2), (x5 + x6)*(x5^2 + x6^2), (x5 + x7)*(x5^2 + x7^2), (x6 + x7)*(x6^2 + x7^2)}, {x1, x2, x3, x4, x5, x6, x7}]
나는 엔터를 눌렀다.
{-1 + x7^4, x6^3 + x6^2 x7 + x6 x7^2 + x7^3, x5^2 + x5 x6 + x6^2 + x5 x7 + x6 x7 + x7^2, x4^2 + x4 x5 - x5 x6 - x6^2 + x4 x7 - x6 x7, x3 x5 x6 + x3 x6^2 + x5 x6^2 + x3 x5 x7 + x3 x6 x7 + x5 x6 x7 - x6 x7^2 - x7^3, -1 + x3 x4 x6^2 + x3 x6^2 x7 - x4 x6^2 x7 + x3 x4 x7^2 + 2 x3 x5 x7^2 + 2 x3 x6 x7^2 + 2 x5 x6 x7^2 + x6^2 x7^2 + x3 x7^3 - x4 x7^3, x3 x4 x5 + x3 x4 x6 + x4 x5 x6 - x3 x6^2 + x4 x6^2 - x3 x5 x7 - x3 x6 x7 - x5 x6 x7 - x3 x7^2 + x7^3, x3^2 + x3 x5 + x3 x6 - x5 x7 - x6 x7 - x7^2, 1 - x2^2 x3 x4 - x2^2 x3 x5 + x2^3 x6 - x2^2 x3 x6 - x2^2 x4 x6 - 2 x2^2 x5 x6 + x2 x4 x5 x6 - x2^2 x6^2 - x2 x5 x6^2 + x4 x5 x6^2 + x2^3 x7 - x2^2 x3 x7 - x2^2 x5 x7 + x2 x4 x5 x7 - x2^2 x6 x7 + x2 x4 x6 x7 - x2 x5 x6 x7 + x4 x5 x6 x7 - x2 x6^2 x7 + x4 x6^2 x7 + x2 x4 x7^2 - x3 x4 x7^2 - x3 x5 x7^2 - x3 x6 x7^2 - x5 x6 x7^2 - x6^2 x7^2 + x2 x7^3 - x3 x7^3, -1 + x2^3 x4 + x2^3 x5 - x2^2 x4 x5 + x2^2 x5 x6 - x2 x4 x5 x6 + x2^2 x6^2 - x2 x4 x6^2 + x2^2 x5 x7 - x2 x4 x5 x7 + x2^2 x6 x7 - x2 x4 x6 x7 + x2 x5 x6 x7 - x4 x5 x6 x7 + x2 x6^2 x7 - x4 x6^2 x7 + x2^2 x7^2 - x2 x4 x7^2 + x2 x6 x7^2 - x4 x6 x7^2, x2^3 x3 + x2^3 x5 - x2^2 x4 x5 + x2^2 x3 x6 - x2 x3 x4 x6 + 2 x2^2 x5 x6 - 2 x2 x4 x5 x6 + 2 x2^2 x6^2 + x2 x3 x6^2 - 2 x2 x4 x6^2 + x2 x5 x6^2 - x4 x5 x6^2 - x2^2 x4 x7 + x2 x3 x4 x7 + 2 x2 x3 x5 x7 + x2^2 x6 x7 + x2 x3 x6 x7 - x2 x4 x6 x7 + x3 x4 x6 x7 + 2 x2 x5 x6 x7 - x3 x6^2 x7 + x4 x6^2 x7 + x2 x3 x7^2 -x2 x4 x7^2 + x3 x4 x7^2 - x2 x6 x7^2 + x4 x6 x7^2 + x6^2 x7^2 - 3 x2 x7^3 + x4 x7^3, -1 + x2^4, x3 x4 + x3 x5 + x1 x6 + x3 x6 + x4 x6 + 2 x5 x6 + x6^2 + x1 x7 + x3 x7 + x5 x7 + x6 x7, x1 x4 + x1 x5 + x4 x5 - x5 x6 - x6^2 - x5 x7 - x6 x7 - x7^2, x1 x3 + x1 x5 + x4 x5 - x3 x6 - 2 x5 x6 - 2 x6^2 + x4 x7 - x6 x7, x1 x2^2 + x2^3 + x2 x4 x5 - x2 x5 x6 + x4 x5 x6 - x2 x6^2 + x4 x6^2 + x2 x4 x7 - x2 x6 x7 + x4 x6 x7 + x1 x7^2 + x4 x7^2 + x5 x7^2 + x7^3, x1^2 - x4 x5 + x5 x6 + x6^2 - x4 x7 + x6 x7}
"오, 오오..."
"저 팔 계 왔 셔 !!!"
"깜짝이야! 오빠 갑자기 왜 그래!?"
"아아, 아무 것도 아냐."
"깜짝 놀랬잖아......"
"원 연립방정식도 다항식이 많긴 했는데 그뢰브너 기저는 훨씬 더 복잡해졌네. 이 방정식의 해를 구하다간 손이 빠지겠는걸."
"응. 빠지겠는걸."
"하지만! 이 그뢰브너 기저에는 {1}이 없으니까 힐베르트 영점정리에 의해 연립방정식이 해를 가진다는 걸 알 수 있지! 따라서, 네 색으로..."
"네 색으로 구분해서 칠할 수 있다는 거지!"
"어, 어어..."
또 할말을 빼앗기고 말았셔.
저팔계 말투 의외로 중독성이 있셔.
"그럼 이 방법으로 계속 지도를 칠해보자. 다음으로는 츄부(中部) 지방을 공략해 보자. 우선..."
"잠깐. 내가 해볼게."
칸나가 내 노트를 빼앗았다.
그러고는 열심히 펜으로 수식을 써 내려간다.
나는 남은 커피를 마저 마셨다.
문득 바깥을 보니 비가 그쳐 있다.
"이제 비도 다 갠 거 같네."
나는 칸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칸나는 집중하느라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모든 지도를 네 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4색 문제라고 불린다.
그리고 이미 참이라고 증명되었다.
그뢰브너 기저를 쓴 건 아니어도, 방대한 컴퓨터 계산을 통해 증명된 정리다.
증명을 한 당시에는 계산에 1200시간도 넘게 걸렸다고 한다.
이런 편법 아닌 편법이 아름답지 않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Computer algebra를 전공하는 내겐 컴퓨터가 수학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멋지면서도 꽤 두근거리는 일이다.
지금도 계속 컴퓨터가 발전하고 있으니, 리만 가설을 푸는 것도 어쩌면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가 될 지 모르겠다.
그런 때가 100년 뒤가 될 지 200년 뒤가 될 지는 전혀 감도 안 잡히지만 말이다.
붉어진 저녁 해가 카페 안을 밝힌다.
비로 울적해진 내 기분도 그새 붉은 색으로 스며간다.
이 역시 수학, 그리고 그뢰브너 기저의 위력일런지 모르겠다.
아니면.
칸나는 계산을 계속 하고 있었다.
양지의 그녀.
옛날에 그런 영화가 있었던 것도 같다. 결말이 어땠더라.
저녁 햇빛이 양지라고 하기는 어려울 지 모르겠지만, 칸나는 따사한 햇살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이런 순간이 계속 되기를, 나는 마음 깊이 바랐다.
절그렁.
테이블에 갑자기 은색 클로시 접시가 놓인다.
레스토랑 같은 데서 서빙할 때 음식을 덮는 큰 접시 말이다.
"손님. 주문하신 게 맞으십니까?"
바로 옆에서 웨이터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이런 거 주문한 적 없는데.
라는 말을 하려고 웨이터를 돌아보기도 전에 접시 뚜껑이 열렸다.
야옹.
아, 고양이다. 귀여워라.
접시 위에 고양이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갈색 털결에 분홍색 목걸이를 차고 있는 고양이.
아니 잠깐. 왜 고양이야.
그렇게 따지려고 하려는 순간.
여동생의 목에 고양이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옆에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있었다.
응? 으으으응?
이건 뭐 하는 상황이야.
고양이에, 목이 매인 여동생에, 초등학생 되는 꼬마에.
"하,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 같으니 자기소개부터 하지. 내 이름은 도라이 켄."
소년은 그러고선 내 여동생의 목에 매인 사슬을 쥐며 말했다.
"혼죠 케이스케. 네 여동생, 혼죠 칸나는 오늘부터 내 고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