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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와 다항식』


 초등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면 목이 너무 말랐다.

 나는 편의점 주차장에서 탄산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도시 속 시골 같은 이 마을은 가는 곳마다 편의점이 있었다.

 평일 오후 4시,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차 안에서 자고 있는 직장인이나 편의점에서 잡지 따위를 펴서 보는 아저씨 등 사람이 하나둘 보인다.

 그들은 그 곳에 존재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따라서 책가방을 맨 초등학생이 편의점 앞에서 당당히 뭘 먹고 있어도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요즘 시대에 얼굴도 모르는 초딩에게까지 말을 거는 녀석이 있다면 수상한 녀석임에 틀림없다.


 이 세상은 쓰레기 같지만 탄산음료만은 언제나 상쾌하다.

 이 세상에서 탄산음료만이 나를 위로해 준다.


 나는 어쩐지 여동생이 떠올라 늘 사던 그걸 사갈까 싶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뭐든지 거의 잘 먹는 여동생이지만 이것만은 유난히 맛있게 먹는다.

 계산을 마친 후 비닐봉투를 들고 자동문을 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새까매졌다.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땐 왠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벽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야, 너 뭐 샀냐?"


 두목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나에게 고압적으로 물어본다.

 6학년 타지마다.


 "어? 어? 어?"

 타지마의 쫄따구로 보이는 녀석이 내게 어? 어? 하며 계속 물어본다.

 녀석은 자기가 타지마가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내가 지금 쫄아서 찍 소리도 못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 건지, 다른 녀석들은 실실 웃고 있다.

 멍청한 녀석들.


 "뭐 샀냐고? 보여달라니깐?"


 타지마가 그렇게 말하며 쫄다구를 시켜 내가 들던 봉투를 빼앗으려 했다.

 나는 이렇게 멍청한 녀석들을 상대할 이유가 없었기에 순순히 봉투를 건네주었다.


 "야! 이거 요즘 나온 뎁시 가지맛 아니냐?"

 "하아, 그거 더럽게 맛없잖아!"

 "이 녀석 혀가 맛이 갔나?"


 어이가 없군. 내가 미각이 이상하다면 네놈들은 머리가 이상하곘지.

 멍청한 자식들.


 "뭐 짜식아?"


 책가방 안을 뒤지던 녀석이 무언가 찾아낸다.

 아뿔싸.


 "범주론의 기초라는데 범주가 뭐냐? 너 이거 야한 거지!"


 내 Mac Lane 막 만지지 마.

 내 놔. 내 놓으라고.


 "얘들아, 이거 던지면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 지 볼까!"


 녀석 중 한 놈이 근처에 있던 하천을 가리키며 제안한다.

 그 말에 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나는 힘껏 배에 힘을 넣고 말했다.


 "그만, 그만하라고."


 내 말에 타지마가 나를 향해 뒤돌았다.

 타지마는 실실 웃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여동생이 방석 위에서 쪼그려 자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구급상자에서 반창고와 거즈를 꺼내 팔과 무릎의 까인 부분에 붙인다.

 탄산음료는 김이 모두 빠졌지만서도 입안에서 상쾌하게 튄다.


 "부스럭부스럭."

 왠 소리에 옆을 보니 어느 새 여동생이 깨어 비닐봉지를 뒤지고 있었다.

 나는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고, 전에 사 둔 우유를 바닥이 낮은 컵에 따라 주었다.

 여동생은 눈빛을 바꾸며 행복하다는 듯 우유를 꿀꺽꿀꺽 마셨다.

 나는 여동생의 폭신한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


 여동생이 밀크 티를 맛있게 먹고 있다.

 홍차 세트를 주문한다고 했을 땐 쓴 홍차를 칸나가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밀크 티도 홍차긴 홍차다.


 "이제 준비 다 끝났어?"


 여동생이 컵을 내려놓으며 내게 물었다.


 "어, 이제 막 끝났어."


 수식처리 소프트웨어가 켜지자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노트북을 칸나가 보일 수 있는 위치에 두었다.


 "그럼 시작할게. 그뢰브너 기저는 다항식을 계산할 수 있는 마법의 도구라고 했지. 요전에 대수적 수(피타고라수)를 계산하기 위해 수를 다항식으로 변환했듯 이번에도 지도를 다항식으로 변환할 필요가 있어."

 "지도를? 다항식으로?"
 "엄밀히는 지도의 위치관계를 말이지."

 "위치?"


 여동생이 감을 전혀 잡지 못한 것 같으니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기로 했다.


 "지도를 칠하는 문제에서 중요했던 건 지역들 간의 위치관계였지. 예를 들어,"


       도쿄 치바

 카나가와


 "처럼 되어있다면 도쿄는 카나가와와 치바랑 접해 있고, 카나가와와 치바는 접하지 않는다는 정보가 핵심적이라 할 수 있어. 이 정보만 있으면 도쿄가 어떻게 생겼건 지도를 칠하는 데는 아무 문제 없지."

 "그렇구나. 어디랑 어디가 이웃한지가 중요하다는 거구나."

 "그렇지. 그럼 먼저 각 지역에 변수를 줘 볼까."


 도쿄 ··· x

 치바 ··· y

 카나가와 ··· z


 "도쿄를 변수 x, 치바는 y, 카나가와는 z에 대응시키자."
 "이렇게 변수를 붙이는 데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야?"
 "아니, 그냥 붙인 거야. a,b,c로 하건 x_1,x_2,x_3로 하건 아무 상관없어. 치바가 y인 것도 치바현의 Y씨[각주:1]랑은 아무 상관없어."

 "Y씨?"

 "모르면 됐어. 마지막 화도 다 나왔으니깐."

 "??"

 "어, 어쨌건. 이제부터 이 변수들에 다항식으로 색을 칠해볼까 해."
 "으응? 색!?"


 다항식과 색.

 좀처럼 듣기 힘든 둘의 조합에 여동생이 깜짝 놀란다.


 "엄밀히 말해 색 대신 숫자를 대응시키려고 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색깔이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이렇게 있었지. 빨간색엔 1, 파란색엔 -1을 대응시키자."


 빨간색 ··· 1

 파란색 ··· -1

 노란색 ··· 

 초록색 ··· 


 "흐음?"
 "아직은 잘 모르겠어도 끝까지 들어봐. 이제 노란색엔 i를 대응시키자."

 "Eye?"


 빨간색 ··· 1

 파란색 ··· -1

 노란색 ··· i

 초록색 ··· 


 "여기서 i는 허수 i, 다시 말해 제곱하면 -1이 되는 수를 말해."

 "으에에."

 "왜 그래?"
 "제곱해서 -1이 되는 수가 있을 리 없잖아. 그래서 허수가 있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뭐 그러면 다항식으로 이해하면 되지. √2는 제곱해서 2가 되는 수, 즉 다항식."

 x^2-2=0


 "을 만족하는 수였지? i도 비슷하게 다항식"


 x^2+1=0


 "을 만족하는 수야."

 "으음."
 "보다 보면 금방 익숙해질 거야."

 "...알았어."

 "...그럼 하던 얘기로 돌아갈게. 마지막으로 초록색에는 -i를 대응시키자. i에 -1을 곱한 수를 말이야."


 빨간색 ··· 1

 파란색 ··· -1

 노란색 ··· i

 초록색 ··· -i


 "이렇게 네 색깔을 숫자에 대응시켰어."
 "그게 어쨌다는 건데?"
 "이제부터 게임을 하나 해 보자."
 "게임?"
 "바로 '공통점은 뭘까요?' 게임!! 빠빠빰!!"


 허수에 경미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여동생이 재미있게 학습에 임할 수 있도록 게임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작전을 따르기로 했다.

 이래뵈도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자신있다고.


 "그럼 이제부터 1, -1, i, -i 네 숫자의 공통점을 찾으면 되겠습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공통점만 찾으면 되니깐요!! 제한시간 5분! 그러면 이제부터 생각할 시간을 드리죠! 시작!!"


 내가 생각해봐도 나는 정말 분위기를 잘 띄우는 거 같다.

 미팅 돌아다니며 키운 테크닉이다.


 "......오빠......그 나이 먹고 부끄럽지도 않아?"


 솔직히 부끄럽다.


 "하하, 이래 보여도 오빠는 대학에서 분위기 메이커란다. 이런 일쯤이야 익숙하지."

 "......호오......그렇구나..."


 또 쓸데없는 거짓말을 치고 말았다.


 "어, 어쨌든! 1, -1, i, -i의 공통점을 찾아 보라고!"


 어찌어찌 억지로 화제를 되돌린다.

 자꾸 이렇게 옆길로 새면 안 되는데.


 "공통점이라니, 그냥 다 다른 수 아냐?"


 여동생이 숨김없이 자기 생각을 말한다.


 "그러면 힌트를 주지. 다 제곱해봐."


나는 여동생에게 펜과 노트를 줬다.


 1

 -1

 i

 -i


 여동생이 네 수를 쭉 세로로 썼다.


 "으음, 일단 1의 제곱은 1이지? 그리고 -1의 제곱도 1. i의 제곱은......-1이였던가? 그러면 -i의 제곱은 1인가?"


 1 → 1

 -1 → 1

 i → -1

 -i → 1


 "아깝다. -i의 제곱은 -1이야."

 "잉? 어째서?"

 "-i는 -1×i지? 그러니까 -i의 제곱은 -1의 제곱과 i의 제곱을 곱한 거랑 같지. 따라서,"


 (-i)^2=(-1)^2×(i)^2=1×(-1)=-1


 "이므로 -1이지."

 "아아 그렇구나. 그러면,"


 1 → 1

 -1 → 1

 i → -1

 -i → -1


 "가 정답이구나!"

 펜을 다시 건네받을 때 내 손과 여동생 손이 살짝 닿아 잠깐 심장이 덜컹했다.
 막상 칸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하다.
 예전에 있던 그 사건(가슴의 부드러운 정도는 두 팔과 비슷하다고 했던) 이후 여동생과 신체 접촉을 피하고 있는데, 너무 과민하게 구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게 어쨌다는 건데? 다 다르잖아"
 "방금 얻은 수들을 또 제곱해봐."
 "응. 으음... 1을 제곱하면 1, -1을 제곱하면 1이니까..."

 1 → 1 → 1

 -1 → 1 → 1

 i → -1 → 1

 -i → -1 → 1


 "모두 1이 되네!"

 "그렇지. 1, -1, i, -i의 공통점은 제곱의 제곱이 1, 즉 네제곱하면 1이 되는 수라는 거지!"

 "오오!"


 여동생의 반응이 좋아서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이걸 이제 다항식으로 나타내면,"


 x=1, -1, i, -i ⇔ x^4-1=0


 "이 되지. 다시 말해 1, -1, i, -i, 즉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네 색깔은 x^4-1이라는 다항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거야."

 "으음."

 "그럼 이제부터 이걸 지도랑 연관지어서 생각해보자."


 도쿄 치바


 "우선 도쿄와 치바 사이의 관계만 생각해볼게"

 "흠."
 "여기서 도쿄는 x, 치바는 y고,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네 색 중 하나로 칠해야 하니까,"


 x^4-1=0

 y^4-1=0


 "이 성립하겠지."

 "으응?? 좀 이상한데."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자면,"


 x= 1 ⇔ 도쿄는 빨간색

 x=-1 ⇔ 도쿄는 파란색

 x= i ⇔ 도쿄는 노란색

 x=-i ⇔ 도쿄는 초록색


 y= 1 ⇔ 치바는 빨간색

 y=-1 ⇔ 치바는 파란색

 y= i ⇔ 치바는 노란색

 y=-i ⇔ 치바는 초록색


 "이런 식으로 x랑 y라는 변수로 도쿄와 치바가 어떤 색인지 나타내고 있다고 하면 더 알아듣기 쉬우려나?"

 "아아. 이제 좀 알 거 같아."

 "그래. 그럼 도쿄와 치바가 다른 색이라는 걸 다항식으로 표현해보자."


 ・도쿄는 빨간색, 치바는 파란색

 ・도쿄는 빨간색, 치바는 노란색

 ・도쿄는 빨간색, 치바는 초록색

 ・도쿄는 파란색, 치바는 빨간색

 ・도쿄는 파란색, 치바는 노란색

 ・도쿄는 파란색, 치바는 초록색

 ・도쿄는 노란색, 치바는 빨간색

 ・도쿄는 노란색, 치바는 파란색

 ・도쿄는 노란색, 치바는 초록색

 ・도쿄는 초록색, 치바는 빨간색

 ・도쿄는 초록색, 치바는 파란색

 ・도쿄는 초록색, 치바는 노란색


 "이렇게 도쿄랑 치바의 색이 다른 경우는 총 12가지 있지."
 "경우의 수 세는 것 같아."
 "그렇지. 이 경우들을 각각 식으로 나타내면,"


 ・x=1, y=-1
 ・x=1, y=i
 ・x=1, y=-i
 ・x=-1, y=1
 ・x=-1, y=i
 ・x=-1, y=-i
 ・x=i, y=1
 ・x=i, y=-1
 ・x=i, y=-i
 ・x=-i, y=1
 ・x=-i, y=-1
 ・x=-i, y=i

 "이렇게 되겠지."
 "와아... 진짜 산만해..."
 "맞아. 이렇게 쓰면 산만하니까 좀 더 간단한 식으로 묶으려고 해."
 "그렇게 돼?"
 "실은 식 하나로 묶을 수 있어."
 "에에!"

 칸나가 놀라 입을 떡 벌린다.
 정말로 산만하던 게 정말로 간단해졌으니 놀라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발상을 전환시켜보자."
 "전환?"
 "응. 색이 다르다는 건 색이 같지 않단 뜻이지."
 "똑같은 소리잖아."
 "그렇지. 방금 봤듯 색이 다른 경우는 모두 12개 있었지. 이건 사실 전체 경우의 수 4×4=16가지에서 같은 색만 있는 빨강×빨강, 파랑×파랑, 노랑×노랑, 초록×초록 네 개를 뺀거야. 그래서 12개가 나왔지."
 "으, 으응."
 "잠깐 말이 복잡했는데, 요지만 말하면 전체 경우에서 색이 같은 경우만 빼면 된다는 거야!"

 칸나의 이해를 돕고자 구체적인 다항식을 들기로 했다.

 x^4-1=0
 y^4-1=0

 "봐봐. 이 식은 x랑 y, 즉 도쿄랑 치바를 각각 네가지 색 중 하나로 칠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여기까진 이해되지?"
 "응. 예를 들어 x=1, y=-1이면 도쿄는 빨간색, 치바는 파란색이라는 거지?"

 "맞아. 이 두 식은 가능한 모든 색의 경우의 수가 16가지 있다는 정보를 담고 있어."

 "응."

 "이 식에서 x와 y의 색이 같은 경우를 빼 보자."
 "그게 돼?"

 "뭐, 일단은 계속 들어줘. 우선 x^4-1에서 y^4-1을 빼자. 그러면,"


 (x^4-1)-(y^4-1)=x^4-y^4


 "라는 식이 나오지."
 "그러지."
 "각 식이 모두 0이었으니까 두 식을 뺀 식도 물론,"


 x^4-y^4=0


 "0이겠지."

 "흠."

 "x^4-y^4를 인수분해하면,"


 x^4-y^4=(x-y)(x+y)(x^2+y^2)


 "가 되겠지."
 "에, 정말?"
 "차근차근 해보자."

 X^2-Y^2=(X+Y)(X-Y)


 "이 공식은 알고 있지?"
 "으응. 수업 때 했어."
 "이걸 x^4-y^4에도 쓸 수 있어. 일단 x^4=(x^2)^2, y^4=(y^2)^2니까,"

 x^4-y^4=(x^2)^2-(y^2)^2


 "가 성립하지. 이제 X=x^2, Y=y^2라 두고 저 공식에 대입하면,"


 (x^2)^2-(y^2)^2=(x^2+y^2)(x^2-y^2)


 "가 되지. 이제 x^2-y^2에 같은 공식을 한번 더 적용하면 (x^2-y^2)=(x+y)(x-y)니까,"


 (x^2+y^2)(x^2-y^2)=(x^2+y^2)(x+y)(x-y)


 "라는 걸 알 수 있지."

 "오오, 그렇구나!"


 어쩌다 보니 끝까지 다 설명했는데, 인수분해 정도는 여동생에게 시켜도 좋았을 지 모르겠다.

 옛말에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아이 인수분해 하나 더 시킨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서 뭘 뺄 건데?"
 "인수분해로 나온 세 식 x+y, x-y, x^2+y^2 중 x랑 y가 같다는 의미를 가진 식, 그러니까 도쿄랑 치바 색이 같다는 의미를 가진 식은 뭘까?"
 "에...? .........x+y?"

 "잘 생각해봐. x랑 y가 같다는 건 x=y라는 거야. 우변의 y를 좌변의 x로 이항하면..."

 "아! x-y구나!"

 나는 x^4-y^4=(x-y)(x+y)(x^2+y^2)의 우변에서 x-y를 뺀 식


 (x+y)(x^2+y^2)=0


 을 노트에 적었다.


 "사실 이 식이 도쿄랑 치바 색이 다르다는 걸 나타내는 식이야."

 "에, 이게?"

 "정말로 그런지 알아볼까."


 ・도쿄는 빨간색, 치바는 파란색 ⇔ x=1, y=-1

 ・도쿄는 빨간색, 치바는 노란색 ⇔ x=1, y=i

 ・도쿄는 빨간색, 치바는 초록색 ⇔ x=1, y=-i

 ・도쿄는 파란색, 치바는 빨간색 ⇔ x=-1, y=1

 ・도쿄는 파란색, 치바는 노란색 ⇔ x=-1, y=i

 ・도쿄는 파란색, 치바는 초록색 ⇔ x=-1, y=-i

 ・도쿄는 노란색, 치바는 빨간색 ⇔ x=i, y=1

 ・도쿄는 노란색, 치바는 파란색 ⇔ x=i, y=-1

 ・도쿄는 노란색, 치바는 초록색 ⇔ x=i, y=-i

 ・도쿄는 초록색, 치바는 빨간색 ⇔ x=-i, y=1

 ・도쿄는 초록색, 치바는 파란색 ⇔ x=-i, y=-1

 ・도쿄는 초록색, 치바는 노란색 ⇔ x=-i, y=i


 "이게 모든 도쿄랑 치바가 색이 다른 경우지. 아무거나 하나 내키는 걸로 골라볼래?"

 "에에, 그럼,'

 도쿄는 초록색, 치바는 빨간색 ⇔ x=-i, y=1


 "이걸로 해도 돼?"

 "x=-i, y=1을 (x+y)(x^2+y^2)에 대입해 봐."

 "으응."

 x+y=(-i)+1=-i+1

 x^2+y^2=(-i)^2+(1)^2=-1+1=0


 "...니까,"


 (x+y)(x^2+y^2)=(-i+1)×0=0


 "어! 0이 됐어!"

 "그렇지. 그리고 다른 경우를 대입해도 0이 돼.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식에 x랑 y에 같은 수를 넣으면 절대 0이 안 된다는 거야."

 "한 번 x=i랑 y=i를 대입해볼게!"


 여동생에게 구체적인 예시를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계산을 하고 나섰다.

 예시는 이해의 시금석이다.

 어디서 누군가 했던 말인데, 딱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각주:2]


 "...우선 x+y=i+i=2i이고, x^2+y^2=(i)^2+(i)^2=(-1)+(-1)=-2니까,"


 (x+y)(x^2+y^2)=2i×(-2)=-4i


 "아, 정말 0이 아니네! 오빠!"


 여동생이 기쁘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역시 남에게 들어서 이해하는 거랑 자기가 직접 계산하며 이해하는 건 희열의 정도가 다르지.


 "따라서 이런 주장이 성립해."


 도쿄와 치바가 같은 색 ⇔ x-y=0

 도쿄와 치바가 다른 색 ⇔ (x+y)(x^2+y^2)=0


 "이걸로 나와야 할 등장인물은 모두 모였어."
 "등장인물?"

 "응. 이젠 이 등장인물들(다항식)로 무대를 만들어 줄 프로듀서가 필요해."

 "오오! 프로듀서!"
 "그렇지. 사실 오빠도 프로듀서야. 미나미P지. 별 상관은 없지만."

 "미나미P...?"

 "크흠, 다항식으로 무대를 만들어 줄 진정한 프로듀서의 이름은......"


 꿀꺽.

 여동생이 숨을 삼킨다.

 밥 딜런의 노래가 카페에 흐른다.


 "연립방정식이야."






  1. 니세코이 1차 인기투표때 타치바나 마리카에게 혼자 1500표를 던진 것으로 유명한 사람―역자 주. [본문으로]
  2. 例示は理解の試金石. 《수학 걸》에 나오는 대사다―역자 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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