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원문


 개구리무늬 위장색을 한 지프차가 산길을 거침없이 오른다.


 그 안에 어색한 솜씨로 핸들을 쥐고 있는 내가 있었다.

 운전 그 자체만으로도 힘든데 포장도 안 된 길이 계속 나올 줄은 몰랐다.

 역시 공기 좋고 산 좋다는 군마라서 이러는 건가.

 아래에서 덜컹거리는 진동이 룸 미러의 키 홀더를 시종 흔들어댄다.


 "야, 똑바로 좀 운전해라."


 운전수인 내게 그런 극진한 조언을 해 주신 분은 이 차를 제공해주신 군죠님이시다.

 면허는 있지만 차는 없는 나를 위해 굳이 승용차 한 대를 빌려주셨다.


 "에휴. 간신히 우리집 차 한 대 빌려줬더니만 드라이버가 이런 꼴이라니."


 군죠가 조수석에서 불평을 해댄다.

 쓸데없는 참견이다.

 뭐 이런 거추장스러운 차를 가져왔어.

 기왕이면 다이하츠 탄토로 줄 것이지.


 "동의. 이렇게 덜컹대서야 차를 마시, 기, 가, 어려, 워."


 난죠가 뒷좌석에서 손바닥에 찻잔을 수평이 되게 올려놓으며 군죠의 불평에 한몫 낀다.

 혼돈의 카오스다.

 이렇게 흔들리는 데 차를 마실 수가 있다니.

 아니, 그런데 지금 마시는 차는 어디서 끓인 거야?


 "그, 그렇게 운전하기 싫으면 내가 대신 해도 괜찮다구?"


 군죠가 볼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내게 말한다.

 진심으로 바라던 바다. 나는 헤벌쭉해져 답한다.


 "정말!?"

 "어, 으응."

 "너 운전도 할 줄 아는구나."

 "웃기지 마. 이래뵈도 운전 고수야."

 "오오─!"

 "그 증거로 이니셜인가 뭔가 하는 게임에서 하이 스코어를 찍고 있다고. 후지와라인가 뭔가 하는 녀석도 이겼는걸."

 "오, 오오...... 그렇구나...... 거참....... 대단하네......"

 "응? 왜 그래?"


 왜 진심으로 바래도 이런 꼴인가. 나는 의기소침해졌다.

 군죠한테 운전을 맡기면 목숨이 몇 개가 있어도 모자랄 것이다.

 복선 드리프트 같은 기술은 여기선 일말의 도움도 안 된다.


 그럼 난죠는......

 나는 최후의 소망을 담아 뒷좌석을 돌아본다.


 "불가능. 나한테 손과 발을 동시에 움직이는 건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의 해의 existence와 smoothness를 아는 것보다도 복잡."


 운전이 밀레니엄 문제냐.

 그럼 나 운전하고 있으니까 100만 달러 줘라.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이렇게 셋이 있으면 내 지위가 가장 낮다.

 도대체 왜일까.

 그런 생각으로 괴로워하고 있으니 정말로 침울해하는 줄 알았는지, 의외로 군죠가 사근사근 말을 걸어왔다.


 "......괜찮아.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어떻게든 해 줄게. 그러니까 넌 걱정마."


 그렇다. 내겐 인류최강의 신체를 가진 군죠와 인류최고의 두뇌를 가진 난죠가 있다.

 날개 얻은 호랑이 정도가 아니라 전투기에 인공지능까지 완비한 격이다.


 그래서 그 순간은 억지로라도 기운을 내려고 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군마 현에 들어 차를 달린지 약 2시간, 드디어 우리는 목적지에 다다랐다.


 '군마 현 이케다 시 시모홋치마치 오하라 고원 오하라 국제 세미나 하우스'


 수학 · 과학생연합이 소유한 세미나 하우스 중 하나다.

 오하라에 위치한 이 건물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아니, 아예 산 밖에 없어서 속세와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차에 내리니 통나무를 잔뜩 쌓아올려 만든 듯한 나무집이 눈앞에 우뚝 서 있었다.

 차 안에서 바라봤을 때는 이렇게 클 줄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평범한 집 세 개 하고도 남을 만큼 크다.


 여기까지 왔으니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안으로 발을 옮기려는 순간, 갑자기 군죠가 팔을 잡는다.


 "!? 군죠야!?"


 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뭔가 있는 건가?


 "..................아니, 아무것도 아냐.............기분 탓이야. ...........빨리 들어가자."

 "어, 아, 그렇구나. 그럼 들어가자."


 굉장한 악력으로 팔을 잡기에 놀랐는데, 별일 아니라고 해서 마음이 놓인다.

 군죠도 약간 신경질적이 되었을런지 모르겠다.


 그리하여 우리는 나무판 하나로 된 출입문을 열었다.

 기압차에 의해 집 안의 공기가 훅 밀려온다.


 고 양 이고 양이고 양이고양이 고양이고양이고양 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 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 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 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


 예상 외라고 할지 예상대로라고 할지, 세미나 하우스 내부는 삼색고양이부터 아메리칸 쇼트헤어까지 온갖 고양이로 가득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평소의 나라면 여기서 굉장히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녀석의 능력과 행동을 직접 목격해온 내게 이 정도는 놀랄 가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 세미나실 한가운데 왕좌에 앉아있는 그 녀석에 비하면야.


 "여어! 늦었구만!"


 하늘도 놀라고 땅도 뒤흔들 천하무적의 천재, 이세계에서 온 초등학생 2학년, 도라이 켄.

 오늘도 변함없이 건방진 입을 놀려댄다.


 "쳇. 네놈들이 일찍 오지 않으니 고양이가 피보나치 수열에 맞춰서 늘어났잖아. 자, 그럼 바로 놀아볼까!"


 그러고선 인조 강아지풀로 고양이와 장난에 빠져든다.

 아무래도 자기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꼬마 녀석에겐 어른이 한마디 혼쭐을 내줘야 한다.


 "작작해라. 칸나는 어딨어? 내 여동생을 돌려줘."


 나는 녀석의 고양이를 들어올리고서 쏘아붙였다.


 ***

 오늘 아침에 있던 일이다.

 삼일 연휴 토요일 아침, 여동생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거실 테이블에 쪽지를 남기고는.


 "

 친구와, 군마현으로 캠프를 갑니다.

 장소는 〒XXX-XXXX XXXXX입니다.

 월요일 아침에 돌아옵니다.


 칸나.

 "


 적어도 칸나는 내게 한 마디 묻지도 않고 캠프를 갈 애가 아니다.

 더구나 문체도 어디 모르게 이상하다.

 나는 부자연스럽기 그지없는 쪽지에, 도라이 켄이 칸나를 납치했음을 확신했다.


 그래서 난죠에게 바로 연락을 취하고 군죠도 끼어 셋이 함께 여기로 온 것이다.

 ***


 도라이 켄이 내 앞에서 반쯤 웃으며 대답한다.


 "여동생? 아아, 네 여동생 말이냐. 쳇. 야, 나와라!"


 도라이 켄 뒤에 있는 계단에서 내려온 것은 틀림없이 내 여동생, 혼죠 칸나였다.


 "칸나! 무사했구나!"


 너무 기쁜 나머지 내가 들어도 놀랄 정도로 큰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내 반응과는 반대로 칸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약간 이상하다 싶었지만서도 발에 걸리적거리는 고양이를 피하며 서둘러 여동생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오빠...............미안."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조금만 있으면, 곧 있으면 칸나 앞에 설 수 있다.

 그 순간.

 양팔이 마비되는 통증을 느낀다.

 나도 모르는 새 마루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위화감으로 보건대 누군가 내 팔을 뒤로 잡아당겨 내 위로 올라탄 모양이다.

 누구지? 도라이 켄? 아니, 녀석은 방금까지 저기에 있었다.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아 망연해하고 있던 차, 내 귀 안으로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목소리가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혼죠 케이스케 님. 이번에는 평등하게, 공정하게, 무례하게, 혼죠 님의 머리 위에서 인사드립니다."


 내 바로 코앞에 때 하나 묻지 않은 하얀 가죽구두가 보인다.

 평등, 공정, 무례. 이 정도면 누구인지 특정하기 충분하다.

 수학 배틀 관리위원회의 수학 배틀 관리위원, 뵤도인 메다이다.


 "여기 계신 분들께선 저를 한번 뵌 적 있으시겠지요. 저는 수학 배틀 관리위원회의 수학 배틀 관리위원, 뵤도인 메다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이루어질 수학 배틀을 책임지고 관리 · 감독하기 위해 급히 달려왔습니다."


 수학 배틀?

 누구랑 누가? 어째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이런, 군죠 님. 그 이상의 폭력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최악의 경우 여기 계신 혼죠 케이스케 님의 목이 180도 회전하여 원상복귀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멀찍이 군죠가 소란스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뵤도인 메다이의 협박에 체념한 건지 금방 조용해졌다.


 '......그러면 상황도 진정된 듯 싶으니 설명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번 수학 배틀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비관계자인 군죠 스즈 님, 난죠 코코로 님은 수학 배틀 관리위원회에서 신변을 구속하도록 하겠습니다. ...................군죠 님을 상대하느라 위원   모브   30명을 소모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만, 대충 그러려니 해두지요."


 그런건가. 방금 전부터 내 등 위로 올라타있는 건 수학 배틀 관리위원회의 녀석 중 하나였던 건가.

 뵤도인 메다이는 발걸음을 떼며 말을 매끄럽게 이어갔다.


 "그러면 이번 수학 배틀의 개요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수학 배틀은 도쿄 도 수학 · 과학생연합 『회장』 도라이 켄 님과, 역시 도쿄 도 수학 · 과학생연합 『회원』이신 혼죠 님이 겨루게 됩니다. 이제부터 승리 조건과 승리 보상 등을 확인하겠습니다."

 "자, 잠깐만!"


 나는 마루바닥에 눌려 압박당하고 있는 폐를 간신히 팽창시켜 가능한 큰 소리로 따졌다.


 "나랑 도라이 켄과 수학 배틀을 한다고 그랬는데, 나는 이제 동수 회원이 아니야! 그건 너희도 나와 난죠가 했던 수학 배틀에서 확인했잖아! 그러니 나는 수학 배틀 자체를 할 수 없어!"


 "?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혼죠 님...... 사실......"

 "쳇. 잠깐 기다려봐, 뵤도인 메다이. 녀석에겐 내가 알려주지."


 어떠한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도라이 켄이 내 머리를 향해 다가왔다.


 "크흐, 이 자의식 과잉인 자식아. 누가 너랑 수학 배틀을 한다고 했냐. 어? 어? 어?"

 "......누구냐니, 방금 너희들이 말했잖아! 도라이 vs 혼죠라고!"

 "핫. 여전히 머리 하나는 꺼벙하구만. 혼죠라는 성씨를 가진 사람이 세상에 한 명밖에 없냐?"

 "...그건 무슨..."


 그렇게 답하는 순간 최악의 예상이 머리를 스쳤다.

 ......설마.


 "크흐. 그래, 이제부터 수학 배틀에서 싸우는 건 나와 내 여동생, 혼죠 칸나란 말씀이야. 엄밀히 말하면 아직은 네 여동생이지만, 수학 배틀에서 내가 이긴 순간 쟤는 내 여동생이 되겠지."


 내 여동생을 빼앗으려고 내가 아니라 내 여동생과 싸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아니, 애초에 남의 여동생을 자기 여동생으로 삼고 싶다는 자체가 황당무계한 소리다.


 "반론."


 여태 침묵하고 있던 난죠가 도라이의 말에 참견했다.


 "수학 · 과학생연합 수학 배틀 관리 규정 제 1장 제 2조 '수학 배틀은 수학 연합 회원간의 동의하에 진행한다. 회원간 동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수학 배틀 또는 비회원간의 일체의 수학 배틀을 허용하지 아니한다.' 혼죠가 말한 대로, 이 조항에 따라 비회원과 수학 배틀은 할 수 없을 터. 혼죠 칸나는 동수의 회원이 아니다. 따라서 이 수학 배틀은 무효야."

 "크흐. 아아, 난죠 하트, 그거 참 맞는 말이야. 빈틈이 하나도 없어. '혼죠 칸나는 회원이 아니다' 하나만 빼고."

 "의문. 그건 무슨.....................혹여 그렇다 치면......아니, 하지만 확률적으로 그런 일은 불가능해."


 그 위대한 난죠가 흔들리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내겐 전연 짐작도 가지 않는다.

 도라이 켄이 대답의 여지도 없이 말을 이었다.


 "수학 · 과학생연합 회원 규정 제 1장 제 19조 '동수 회원으로의 승인은 원칙적으로 특정 시험에 합격한 자로 한정한다. 다만, 고층 의회의 과반수 이상의 승인이 있을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 그러니 동수 10인으로 구성된 고층 회의의 승인이 있으면 누구나 동수 회원이 될 수 있는 거야. 실제로 승인이 떨어져서 혼죠 칸나가 회원이 됐고."

 "불가능. 고층 멤버는 늘 회장 자리를 노리는 존재. 그렇게 순순히 회장의 말을 따를 리가 없어."

 "크흐. 아아, 물론 진즉에 승인해줬지. 그러니까, 고층 멤버들과 수학 배틀을 해서 강제로 승인을 따냈단 말이야."

 "거짓말. 고층 멤버 모두와 승부해서 이기다니, 아무리 회장이라고 해도 천문학적인 확률. 고층 멤버는 각 전문분야에 특화된 전문가 집단. 전문가를 전문 분야로 승부해서 이길 수 있는 자. 불가능. 절대 불가능."

 "크, 크, 크흐! 너답지 않은 말이야, 난죠 하트. 그거야 믿건 말건 너희 맘이고, 여기서 확실한 건 '혼죠 칸나가 동수 회원이다' 이거 뿐이야."


 이제 칸나가 동수 회원이라는 건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평등과 진실이라면 목숨을 거는 수학 배틀 관리위원회가 수학 배틀을 하려는 것이야말로 그 확고한 증거다.


 "크흐. 할 말 없냐? 이제 됐어? 나는 당장이라도 수학 배틀을 하고 싶은데."

 "그러시군요, 도라이 님. 그러면 이어서 수학 배틀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도라이 켄과 수학 배틀 위원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수학 배틀 이야기를 이어갔다.

 도라이는 자신이 앉던 곳으로 돌아가려 하더니, 별안간 멈춰서선 아직 붙잡혀 꼼짝 못하고 있는 내 귓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뭐, 너희는 여기서 닥치고 손가락이나 빨고 있으라고. 안심해. 10분만 있으면 모두 끝날 테니까."


 가슴이 점점 저려오기 시작한다.

 도라이와 뵤도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조금도 들리지 않는다.

 군죠의 저항하는 진동이 바닥을 타고 전해져 내 몸을 흔든다.

 지금 위치에서 칸나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젠장.

 젠장, 젠장할!

 도대체 뭐야. 뭐냐고.

 나는 군죠처럼 힘이 세지도 않거니와 난죠처럼 머리가 잘 돌아가지도 않는다.

 인질이 되어 방해만 주고 있을 뿐이다.


 굴려, 머리를 굴려. 생각하라고. 어쨌든, 뭐든 좋으니까.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빨리, 빨리, 빨리. 뭔가 없냐고. 뭐든. 뭐라도. 뭐라도. 뭐라도, 뭐라도!


 "수학 · 과학생연합 수학 배틀 관리 규정 제 13장 제 127조 제 2항 대리인 '수학 배틀에 있어서 동수 회장, 고층 의회 및 수학 배틀 관리 위원장 전원의 승인이 있는 경우로 한하여 대리인을 인정한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난죠와 함께 외웠던 수학 · 과학생연합 관리 규정.

 억지를 부려서 총 1만 페이지 중 70%를 내가 맡았다.

 지혜라면 물론 난죠에게 당해낼 수 없으니, 적어도 지식으로 내 여동생을 지키고 싶었다.


 "이 관리 규정에 따르면 회장, 고층 회의, 수학 배틀 관리 위원장, 즉 학생연합 삼대 권력의 승인이 있으면 내가 여동생 대신 대리인으로 수학 배틀 대리인이 될 수 있어."


 도라이 켄은 하던 말을 멈추더니 내 말을 듣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있는 각도에서는 보이진 않지만 이 곳의 분위기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크흐. 어이, 혼죠 케이스케. 하나 물어봐도 되냐?"

 "그래. 뭔데."

 "고층 회의, 수학 배틀 관리 위원회의 승인을 얻었다 해 보자고. 내가 승인해줄 것 같냐? 나한테 득될 것도 없는데?"

 "그렇구만. 그에 대한 내 답은, NO다. 논리적으로 판단하면, 내 여동생을 뺏으려고 하는 네가 내 대리 참가를 승인해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어."

 "크흐. 정답. 그럼, 대리인 승인에 관한 내 견해를 표명하도록 하지."


 도라이 켄은 고양이 목에 채워진 목걸이를 풀고서 이어 말했다.


 "대답은, YES다. 혼죠 칸나의 대리인으로서 혼죠 케이스케의 수학 배틀 참가를 특별히 인정하지. 이게 동수의 회장으로서의 내 견해야."


 모 아니면 도 식의 절박한 도박이었음에도 도라이 켄의 승인이 떨어졌다.

 이상할 것도 없다.

 내가 도라이 켄을 후려패고 싶어하듯 도라이 켄도 나를 먼지 나도록 패고 싶겠지.

 한 여동생에 두 오빠는 필요없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방금 수학 배틀 관리위원장 뵤도인 코리(平等院 公理) 님의 승인과 더불어 고층 회의의 승인 의결이 났습니다. 따라서 이번 수학 배틀에서 혼죠 케이스케 님의 대리 참가를 인정합니다."


 뵤도인 메다이의 보고에 내 수학 배틀 참가가 결정되었다.

 우선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

 문제는 수학 배틀에서 도라이 켄을 이길 수 있겠냐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겠지만 살짝 시름을 덜었다.


 "또한, 이로 인해 도라이 켄 님과 혼죠 칸나 님의 수학 배틀은 사실상 취소되었습니다. 이에 의해 저, 뵤도인 메다이는 참관인 자격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새 참관인으로 수학 배틀 관리위원회 수학 배틀 관리위원 뵤도인 호다이(平等院 補題[각주:1])를 지명하고자 합니다."


 호다이?

 또 새로운 녀석이 등장하는 건가. 여전히 성가신 조직이구만.

 그나저나 팔도 이젠 한계다. 빨리 풀어줬으면 좋겠는데.


 "부르셨을지도, 짜짜짜자안☆ 평등하게, 공정하게, 큐트하게, 악의 무리를 심판해 주겠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모두의 아이돌, 뵤도인 호다이 쨩이라구─☆ 데헷페로(・ω<)"


 갑자기 등 뒤에서 누가 시끄러운 소리를 지른다.

 그와 동시에 계속 잡혀있던 팔이 풀린 걸 보니 계속 나를 붙잡아두고 있던 게 뵤도인 호다이였던 모양이다.


 나는 몸을 일으켜 뵤도인 호다이라는 녀석의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한다.


 "여러분, 반가울지도☆?? 오늘 이렇게 호다이 쨩을 위해 모여줘서 고마워─☆( ´ ▽ ` ) 호다이 쨩은〜〜〜〜〜〜 있는 힘껏〜 없는 힘껏〜  노오력할게─☆ 잘 부탁드릴지도─☆"


 어쩌면 오늘 최고로 충격적인 장면일지 모르겠다.

 아니, 난 당연히 이런 녀석은 모른다.

 내가 비록 아이돌에 무지하기는 하지만, 노란 트윈테일에 별모양 장식을 머리에 달고 두 눈을 붕대로 돌돌 감아놓은 데다 양팔을 구속구로 고정시켜 놓은 아이돌이 있다고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목소리와 생김새로부터 16살쯤 되는 여성이라는 것만 간신히 알겠다.

 거기에 뵤도인 메다이와 비슷하게, 이 여자도 전체적으로 하얀 포로 몸을 감싸고 있다.


 "그러면, 이제부터〜 호다이 쨩이〜 도라이 켄 vs 혼죠 케이스케 (대리참가)의〜 수학 배틀의 상세 내용(←승부의 상세 내용)을〜 설명해줄지도〜☆ ????(^з^)-☆☆"


 이 녀석, 뵤도인 메다이랑은 다른 쪽으로 위험하다.

 내 직감이, 이성이, 아니 온 감각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크흐. 야, 이 못생긴 년아, 잠깐 멈춰. 수학 배틀을 어떻게 할 지는 우리가 정하는 거야. 네년이 맘대로 정하는 게 아니라고."


 도라이 켄이 이런 상황에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별안간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서는 뭐 하는지 모를 진행을 하고 있으니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아? 말이 많네☆ 꼬맹이가 호다이 쨩 설명하는 데 끼어드는 거 아니야☆☆ 일지도〜☆☆(*^ω^*)"

 "뭐!?"

 "그럼〜 바로〜 수학 배틀의 주제를 알려줄게〜☆☆☆ 피로 피를 씻는 사상 최악의 수학 배틀, 금단의 놀이로 악명 높은 그 게임의 이름은〜???☆☆"


 『선문답 타르탈리아 (獮問答)』 






  1. 일본어로 보조정리를 뜻한다―역자 주. [본문으로]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