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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グレブナー基底大好きbot (그뢰브너 기저를 정말 좋아하는 봇)



 "오빠는 정말 바보!"

 끓는 주전자처럼 얼굴을 붉히고 화를 내고 있는 이 여고생은 내 여동생, 혼죠 칸나(本条環奈)다.

 "왜 이렇게 섬세함이란 게 없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선 두 주먹을 쥐고 휘두르며 나를 옆에서 공격한다.

 나는 그 공격을 왼손으로 어찌어찌 막으며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짚이는 구석을 찾는다.

 칸나가 큰 소리로 외친다.

 "이번만큼은 용서 안 할거야!"


***


 그래, 그건 한 시간 전에 있던 일이었다.

 대학생활 4년째, 좀만 있으면 졸업이다! 할 시기에 보기 좋게 휴학이라는 자유행 티켓을 손에 쥔 나, 혼죠 케이스케(本条圭介)는 평일에도 부모님 집의 내 방에서 유유자적 살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하는 일이라곤 전공수학을 공부하는 것밖에 없기 때문에, 여유 시간이 좀 늘었다 할 뿐 휴학하기 전과 크게 다른 건 없다.

 오늘도 난 수학책을 펴고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드디어 정리의 증명을 읽으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인가?

 남자 혼자 사는데 그럭저럭 넓은 이 방까지 찾아올 손님도 거의 없다.

 오후도 되었겠다, 어머니가 장 보러 갈테니 집이라도 보고 있으라고 부탁하러 오신걸까.

 좀처럼 열리지 않는 문을 향해 나는 의자에 앉은 채

 "엄마?"

 하고 물어본다.

 "잠깐... 괜찮아?"

 살짝 열린 문으로 얼굴을 비친 것은 40대 어머니가 아니라 카페라떼색 고등학교 교복으로 몸을 감싼 여동생이었다.

 "응? 왜?"
 "아, 별건 아닌데... 지금 바빠?"

 왠지 평소보다 조심스레 말을 거는 여동생에게

 "딱히?"

 라고 답한다.

 "그럼 괜찮지만..."

 칸나는 여전히 문틈으로 얼굴만 들이민 채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깨까지 걸친 긴 생머리가 살며시 흔들린다.

 "...일단 방에 들어올래?"

 그러자 여동생은 의외로 순순히, 그리고 천천히 내 방으로 들어왔다.

 앉을 곳이 없었기 때문에 책상 옆에 있는 침대에 여동생을 앉혔다.

 나는 의자를 여동생 쪽으로 회전시키고선 천천히 숨을 내쉰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딱, 딱히 대단한 일은 아닌데..."

 "그럼 뭔데?"

 그렇게 말하고서 여동생을 바라보니, 여동생이 살짝 얼굴을 붉히고 아래를 본다.

 "...잠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칸나가 나직이 중얼댄다.

 "묻고 싶은 거? 나한테?"
 "으, 응..."

 부끄러움을 잘 타는 탓에 나이를 먹어서도 남매인 나랑 눈도 못 마주치는 여동생이 나에게 물어보고 싶은 거라니. 뭐지?

 여동생이 손을 무릎 위의 스커트에 가만히 올린 채 꽉 쥐고 있다.

 나는 칸나가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지만 칸나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수학공부를 하기로 했다. 회전의자를 책상 쪽으로 돌린 그 때, 

 "자, 잠깐!"

 스스로도 목소리가 너무 커서 놀란 걸까, 칸나는 잠깐 멈칫하더니 크게 숨을 들이쉬고선 말을 잇는다.

 "오빠!"

 여동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 순간,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뢰브너 기저라고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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