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1+1=0』 일 더하기 일은 이. 초등학교 때 있던 일일 거다. "땡! 일 더하기 일은 창문이야! 이 바보야─!" "슷즛쯧, 그것도 모른대요!" 의자에 앉은 군죠 스즈가 그녀를 놀리는 남자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가만히 시선을 떨구고 있다. 그 시절 군죠는 지금 와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 얌전한 아이였다. ".......1 더하기 1은.........2라구." 여느 점심 시간. 스즈가 시끄러운 교실에서 가냘픈 목소리로 중얼댔다. "얘 뭐라고 말하고 있어!" "뭐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하나도 안 들리는데?" 그때 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멋진 수학자들》을 읽고 있었다. 스즈랑 집이 가깝긴 하지만 도와줄 이유는 없다. 분명 '와아─! 얘네들 사귄대요!' 하고 바보 취급할 테니. "야 얘 필통 봐!..
원문 『참이냐 거짓이냐』 "무, 무슨 짓이야!" 나는 그만 귓가 가까이 있던 군죠를 밀쳐낸다. "오오, 부끄러워 하는 거야? 여전히 재밌는 녀석이네. 얼굴까지 아주 새빨개졌는걸♡" 군죠가 오른손을 입에 가져다 대고 히죽대며 나를 향해 웃는다. 예전부터 이 녀석은 나를 이런 식으로 놀려댔다.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굴고선 내가 동요하는 걸 보고 즐거워하곤 했다. "......그런 건 집어치우고 이야기나 계속 해." "이야기? 뭐였더라? (・ω
원문 『거짓말과 거유』 "에휴, 오랜만에 보는 건데 진짜 최악이다?" 군죠 스즈는 불평을 늘어놓으며 멋대로 내 옆에 앉는다. 아아, 최악이다. "설마 나 잊은 건 아니지?" "하하, 그럴 리가 있니." 이런 악우(惡友)를 어떻게 잊겠는가. 그런데 이 녀석, 왜 아직도 대학에 있지? "아아, 목이 좀 마른데." 군죠는 내 컵을 빼앗아 차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리고 키햐아 거리더니, "한 잔 더!" 탁! 하고 기세 좋게 컵을 책상에 내리친다. 별도리가 없으니 정수기 근처에서 컵 두 개를 가져온다. 이러니 내가 빵셔틀인 것 같지만, 내가 얘 성격에 어울려주고 있는 거지 내가 진짜로 빵셔틀인 건 아니다. 비록 나랑 고등학교만 빼고 소,중,대학교를 같이 한 징글징글한 소꿉친구이긴 하지만, 그 관계가 주종관계였던..
원문 휴학하고 있지만 학교는 간다. 그리고 인간이므로 밥을 먹는다. 고로 나는 학교 식당에서 야키사바(고등어구이) 정식을 먹는다. 13시를 넘긴 시간대의 학교 식당은 한적해서 좋다. 평화로운 일상을 야키소바와 야키사바를 헷갈리는 일 없이, 나는 느긋하게 식후 티 타임을 즐긴다. "누굴~까♡" 갑자기 눈 앞이 어두워진다. 아무래도 누군가 등 뒤에서 손으로 눈을 가린 모양이다. 평범한 녀석이었다면 "이 녀석이♡"라고 장난스럽게 맞받았을 터. 허나 나는 휴학생이다. 친하던 친구라고는 이미 다 졸업했고, 하물며 눈을 가려 줄 여자친구는 없다. 요컨대, 지금 누군지 모를 사람이 '누굴까' 라고 물으며 느긋하게 밥을 먹고 있는 내 시야의 자유를 빼앗은 것이다. 뭐, 일단 상황이 상황인 만큼 무슨 대답이건 해야겠지...
원문 여동생에게. 네가 이 글을 읽고 있을 때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겠지. 음? 평범하게 방 안에 있는데요? 게다가 이거 메일이잖아. 뭐, 그냥 한번쯤 이런 대사도 해 보고 싶었어. 전에 있었던 그 일은 미안해. 오빠답게 센스있어 보이는 말을 하겠답시고 한 것이 칸나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구나. 반성하고 있어. 응. 그때부터 내게 아무 말도 안 해주고 있어서 정말 반성하고 있어. 진짜 미안해. 이 못난 오빠를 부디 용서해줘. 그리고 화났다고 냉장고에 있는 내 푸딩 맘대로 먹지 말아줘. 그래서 사과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너에게 이 참고문헌러브레터을 보내려고 해. 읽어주면 정말 기쁠 것 같아. *** 참고문헌은 아래와 같아. [1] David A. Cox, John Little, Donal O'Shea,..
원문 『그뢰브너 기저와 연립방정식』 "그래서 어떻게 그뢰브너 기저로 풀 수 있는 거야? ......그보다 애초에 그뢰브너 기저가 뭐야?" 여동생이 질문을 연거푸 쏟아낸다. 처음부터 "그뢰브너 기저라고 알아?"라고 물어온 건 여동생인데, 원래 이렇게 수학에 관심이 많은 녀석이었나? 어쩌면 이 한 시간짜리 짧은 강의로 수학이 좋아졌는 지도 모르겠다. 여동생이 '빨리, 빨리'거리며 나를 독촉하기에, 나는 속으로 여동생이 이해하기 쉬울 단어를 고른다. "그뢰브너 기저는, 말하자면 iPhone이야." "iPhone?" "iPhone은 정말 편리하지?" "아, 응." "iPhone뿐만이 아니야. 스마트폰은 요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편리한 물건이지." "그렇네. 다들 매일 스마트폰을 쓰고 있어." "그뢰브너 기저..
원문 『무리수와 연립방정식』 "연립방정식?" 칸나가 놀란 듯 되묻는다. "연립방정식이면 x랑 y 나오는 그거?" 칸나가 고개를 갸웃대며 재차 확인한다. "음, 그거. x랑 y로 된 식이 나오는 거 말이야. 입학시험 같은 데서 많이 풀었지?" "응. 질리도록 풀긴 했는데...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 "왜?" "그도 그럴게, 식을 더했다가─ 곱했다가─ 대입했다가─ 머리가 아주 터질 것 같다구." "뭐, 그래도 계산 자체는 단순한 작업인걸." 단순이라는 말에 좀 욱한건지 여동생은 다람쥐처럼 볼을 잔뜩 부풀린다. 이런. 말조심해야겠군. "물론 단순하다곤 해도 추상적인 x나 y같은 변수를 다루니까 쉽지는 않지. 이런 데서 수학을 고통스럽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네. TV같은 데서 사랑은 연립방정식같다는..
원문 『피타고라스와 아르키메데스』 "무슨 소리야? 실제로 있으니까 실수 아냐?"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 칸나가 물어본다. 실제로 있으니까 실수. 실재하니까 실수. Real Number라고 부르는 그 수를 우리는 얼마나 리얼하게 다룰 수 있는가. 나는 속으로 그 말들을 되새긴 후 여동생의 질문에 답한다. "그럼 실수가 구체적으로 뭔데?" "구체적으로... 방금 전에 다뤘던 유리수도 실수고... 또 √2나 √3 같은 거?" "그래. 또?" "으음...... 앗! 원주율도 실수지?" "그렇지. π도 실수지." "뭐야, 꽤 많이 있잖아." 칸나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니 지금은 여동생과 평범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대화하는 건 의외로 오랜만인지 모른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려 하는데..
원문 『 ...'수(數)'가.... 뭐야? 』 "아, 알기 쉽게 말하자면, 그뢰브너 기저는 한 다항식환의 아이디얼의 부분집합으로써, 임의의 다항식을 그 부분집합의 다항식들로 계속 나눈 나머지가 유일하게 결정되도록 잡은..." 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여동생이 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멍해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내 방에 멋대로 들어와 느닷없이 그뢰브너 기저의 정의를 물어보는 여동생 때문에 심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평생 이럴 일은 거의 없겠지. "하, 한 번만 더 알려줘!" 여동생은 내가 어떤지는 상관없이 설명을 재촉한다. 공부에 열심인 모습에는 솔직히 감동했다만, 한번 더 설명해준대도 아마 횡설수설하겠지. "어째서 그런 걸 알고 싶은 건데?" 날 빤히 응시하는 여동생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역으로 공격하..
원문저자 : グレブナー基底大好きbot (그뢰브너 기저를 정말 좋아하는 봇) "오빠는 정말 바보!" 끓는 주전자처럼 얼굴을 붉히고 화를 내고 있는 이 여고생은 내 여동생, 혼죠 칸나(本条環奈)다. "왜 이렇게 섬세함이란 게 없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선 두 주먹을 쥐고 휘두르며 나를 옆에서 공격한다. 나는 그 공격을 왼손으로 어찌어찌 막으며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짚이는 구석을 찾는다. 칸나가 큰 소리로 외친다. "이번만큼은 용서 안 할거야!" *** 그래, 그건 한 시간 전에 있던 일이었다. 대학생활 4년째, 좀만 있으면 졸업이다! 할 시기에 보기 좋게 휴학이라는 자유행 티켓을 손에 쥔 나, 혼죠 케이스케(本条圭介)는 평일에도 부모님 집의 내 방에서 유유자적 살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하는 일이라..